잦은 해외출장 후 ‘회사를 인천공항으로 옮겼나요?’라고 묻는 구글지도
스마트폰이 자동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운전 시작으로 파악
스마트폰 화면 밝기 조정, 충전량 조절 배터리...기기 최적화
개인정보보호, 사생활 관련한 불안감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우리 일상에 처음 쓰인 것은 가전 분야일 것이다. 80~90년대, 여러 가지 가전이 시장에 선보이고, 경제 성장과 함께 고급 가전이 집 안에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많은 기업들은 제품의 차별성을 ‘인공지능’으로 잡았다.
화질을 알아서 개선해주는 TV, 옷감에 따라 세탁 방법을 달리 해주는 세탁기, 내부 온도를 적절하게 맞추는 냉장고 등 우리에게 다가왔던 초기 인공지능은 이른바 ‘알아서 복잡한 설정을 맞추고, 입맛에 꼭 맞는 답을 결정해 주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은 이내 시들해지고 말았다. 인공지능이라는 차별점을 체감하기 쉽지 않았고, 그 결과 역시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대체 뭐가 인공지능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가격을 올리는 단순 마케팅 요소에 그치는 것이 우리와 인공지능의 첫 만남이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홍수에 휩쓸렸다. 시장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물론 여전히 마케팅 수단으로 싱겁게 쓰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우리가 쓰는 기기에 활용되는 방법은 분명 한 단계 진화한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인공지능이라는 말의 의미, 그리고 지향점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차이일 것 같다. 과거의 인공지능은 기기의 복잡한 파라미터에 대해 보편적인 값을 설정해 주는 데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센서도, 컴퓨터도 귀했던 시절에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은 어불성설이었다. 90년대에는 가장 똑똑한 기기인 PC도 인공지능과 한참 거리가 멀었다.
그 사이에 인공지능 기술은 꾸준히 진화해왔다. 센서, 혹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세한 옵션값을 만져가면서 이용자마다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함수적인 인공지능’이 조금씩 성장을 해 온 것이다. 특정 조건에 따라 작동하는 맞춤 서비스가 이뤄진 것이다.
최근의 인공지능 기술은 개연성의 단계로 접어 들고 있다. 미리 프로그램되는 것은 없다. 다만 오랫동안 쓰면서 기기, 혹은 서비스가 나에게 꼭 맞춰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튜브다. 유튜브는 내가 즐겨보는 콘텐츠에 따라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예민하게 새로운 콘텐츠 목록과 추천 리스트를 만들어낸다. 똑같은 유튜브지만 내가 쓰는 것과 내 친구가 쓰는 유튜브의 목록에는 전혀 다른 콘텐츠가 깔리는 것이다.
이른바 맞춤형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우리 일상, 그리고 오프라인 환경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스마트폰, PC의 운영체제들이다.
한창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던 시절, 거의 매주 월요일이면 공항에 가야했다. 그 생활을 몇 달 하고 나니 어느날 구글 지도가 알림을 띄워서 ‘회사를 인천공항으로 옮겼나요?’라고 묻는다. 스마트폰은 지속적으로 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는데, 매주 비슷한 시간에 같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직장을 옮긴 것으로 파악한 것이다. 이는 정확한 답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폰에 쌓이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나의 가능성을 추론해 낸 것이다.
머신러닝이 가장 잘 하는 것은 데이터의 일관성 속에서 튀는 정보들을 찾아내는 일이다. 우리의 일상은 생각보다 더 패턴화되어 있고, 정형화되어 있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많은 정보들을 오랫동안 밀접하게 기록하다 보니 이를 적절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더 나은 경험들을 만들어주곤 한다. 그게 작은 앱들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아예 운영체제와 결합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운영체제가 모든 소프트웨어 경험을 통합하는 데이터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애플은 2018년 이 습관과 패턴에 따른 자동화를 iOS에 공식화했다. 애플 세계개발자 회의(WWDC)의 키노트에서는 아침마다 같은 커피 전문점에서 같은 커피를 앱으로 주문하는 습관을 인지해서 이를 단축키로 만들고, 미리 카페에 도착하기 전에 주문도 자동으로 하도록 하는 기능을 소개했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들이 출근길에 단골 커피숍에 들려 비슷한 메뉴를 주문하곤 한다. 아이폰은 위치와 움직임 정보를 파악하고 있고, 해당 앱의 주문 내역을 함께 학습할 수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같은 패턴을 보였다면 내일 아침에도 그 행동이 반복되는 것을 내다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마찬가지로 자동차에 타서 같은 시간, 혹은 같은 요일에 정해진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판단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자동차에 블루투스로 연결되면 운전을 시작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고, 이전의 이동 기록을 바탕으로 목적지를 안내하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특정 시간에 전화 통화를 하는 사람,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람, 그리고 특정 위치에서 쓰는 앱들의 추천 등은 이미 스마트폰들의 기본 기능으로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이 당장 우리 생활에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는다. 기술적인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도 개인정보와 사생활과 더 큰 관련을 지어볼 수 있다. 당장 위치 정보와 구매 내역, 연락처 등을 기기가 함부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조금 더 소극적인 방법의 인공지능 개입은 더 많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화면의 밝기 조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스마트폰에는 조도 센서가 있어서 주변 환경에 따라서 화면을 최적의 밝기로 조정해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보편성을 떠나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누군가는 조금 더 밝았으면 좋겠고, 누군가는 더 어둡기를 바랄 수 있다. 실제로 밝기를 세세하게 조정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이를 학습해서 최적의 밝기로 맞춰주는 기술은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에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쓰는 리튬 이온과 리튬 폴리머 배터리는 충전 회수가 정해져 있는 소모품이다. 하지만 적절히 관리하면 성능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오래 쓸 수 있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빠르게 가득 충전한 채로 충전기에 꽂아두는 것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이 충전기에 연결하는 시간과 충전기에서 뽑는 시간을 학습해 80%까지만 충전해 두었다가 충전기에서 뽑는 시간을 계산해서 나머지 20%를 충전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많은 스마트폰이 새벽 시간에는 충전량을 80% 이상 넘기지 않는다.
이런 기기의 최적화는 기기 내의 인공지능 처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기기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개인정보 때문이다. 애플은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서버로 전송하는 대신 기기 내부에서 내 프로세서를 통해서 분석하도록 해 왔다. 기기의 활용 패턴은 물론이고, 사진 속의 이미지 분석이나 쓰지 않는 앱의 삭제, 심지어 생체 정보를 통한 건강 확인 등에 대해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구글은 막강한 컴퓨팅 파워와 다각도로 수집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맞춤 서비스를 지향해 왔다. 여전히 구글은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면서도 적극적인 활용을 하는 방법을 고민 중인데, 동시에 예민한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사례를 늘려가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는 편리함 이상으로 존중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인권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고, 더 다각도의 데이터를 통해 분석과 학습이 이뤄지며 고도화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더 많은 것들을 분석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은 보편적인 옵션값을 결정하던 인공지능이 특정 조건에 맞추는 기술을 넘어 학습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감성을 파악하고, 습관을 토대로 한 새로운 행동에 대한 추론이 이뤄져야 한다. 이른바 ‘눈치’가 생기는 단계로 접어드는 셈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개인정보를 다루는 스마트폰은 그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영향은 결국 다시 우리가 늘 접하는 PC, 자동차, 홈 네트워크 등으로 확장될 것이다. 우리는 진짜 인공지능 기기의 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AI타임스 최호섭 객원 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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