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원 AI팀 스마트시티 담당 전문 정석윤 변호사 인터뷰
스마트시티 구현 위해선 기존 도시정책·제도·법령과의 조화 필요
기존 제도간 조화 위해선 테스트베드 마련해 지속적인 보완 이어가야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신기술 도입할 수 있는 기반 마련 필수
[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우리 사회에 들어올 수 있을까 의심하는 사람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AI를 언제부터 본격 활용할 수 있을까를 점치는 시대다. 하지만 AI 산업은 아직은 시작단계. 분야별 기술 확산 속도가 크게 차이난다. AI 기반 포털 뉴스 혹은 상품 추천 서비스는 자리잡았지만 병원과 자동차는 아직 그렇지 못하다. 법제도는 안전장치다. 반면 신기술 도입을 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때문에 기술이 일상을 만나는 데는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AI와 관련된 법제도에 대해 분야별로 따져 본다. 헬스케어,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AI 적용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 관련 핵심 사항과 쟁점들을 점검했다. |
이른 아침, 잠에서 깨야 할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챗봇의 소리에 맞게 일어난다. 샤워를 하기 전 챗봇에 도심항공교통(UAM) 택시 예약을 맡긴다. 오전 중요한 미팅이 있어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므로 지상보다 공중으로 가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집을 나서면서 퇴근 시간에 맞춰 난방을 켜달라고 지시했다. 물론 난방은 친환경 에너지로 작동한다.
UAM 택시를 밖을 나섰더니 스마트 신호등이 보행자 수에 맞춰 자동으로 신호를 변경해준다. 택시가 운영되는 버티포트(이착륙장)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버스가 도착하는 시간은 스마트글라스가 알아서 정보를 띄어 알려준다. 버스에선 기사님이 굳이 핸들을 조정하지 않고 차량을 감시하는 활동만 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버스가 알아서 운행하기 때문이다. 오늘 역시 큰 불편함 없이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향후 구축되는 스마트시티의 한 모습이다. 현재 도시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스마트그리드, 바이오헬스 등 기술 발전과 함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도시 내 폐쇄회로(CC)TV를 AI가 분석해 도시 내에 수상한 사람이나 응급 환자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술은 이미 도입됐다. 스마트 신호등 역시 일부 도입돼 시민들의 발길을 가볍게 하고 있다. 우리도 모르게 스마트시티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
도시의 변화는 단순 기술적인 변화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도시가 변화하려면 관련 정책과 제도, 관련 법령도 변화해야 한다. 기존 제도를 보완해야 하고, 규제도 새로 정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 스마트시티를 맞이하기 위해선 어떤 법 제도가 필요할까? 이러한 제도 설립에 앞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정석윤 법무법인 원 변호사를 만나 스마트시티 관련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법무법인 원에서 신설한 AI팀에서 스마트시티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선 스마트시티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묻고 싶다
우리나라는 스마트시티를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건설·정보통신기술(ICT) 등을 융·복합해 건설된 도시기반 시설을 바탕으로 다양한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라고 정의한다.
영국은 '시민참여, 사회기반 시설, 사회자본, 디지털 기술 증가로 살기에 적합하고 탄력적이며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도시로서 하나의 완성된 도시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도시'라고 정의하고 있다.
두 나라가 정의한 내용대로 스마트시티는 첨단화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우리 모두가 만들어가야 할 '도시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영국이 스마트시티에 대해 시민참여, 사회자본 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본다.
Q. 얘기한 것처럼 스마트시티에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기술적 적용에 앞서 법 제도가 충분히 마련된다면 스마트시티 구현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 구현에 앞서 어떤 법제도가 필요할까?
스마트시티는 도시 개념이기 때문에 기존 도시정책과 제도, 관련 법령들이 그대로 적용되게 된다. 기존 개념에서 스마트시티 관련한 법 제도를 조화시켜야 한다. 이 조화 과정에선 두 가지 관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스마트시티를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할 때 그 과정에서 충돌하는 기존 제도들을 잘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잘 조화시키기 위해선 일종의 테스트베드로써 하나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도시법에 마련돼 있는 스마트실증사업, 스마트혁신사업, 국가시범 도시로서의 특례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규제 샌드박스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하나는 민주주의 관점에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스마트도시법에 스마트도시종합계획을 마련하고 이에 관해 공청회나 관련 민간단체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공급 측면에서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실제 스마트시티에서 살게 되는 수요자 측면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Q. 스마트시티에 사는 사람은 시민이니 이들의 의견에 경청해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간다. 결국 스마트시티는 정부, 기술 공급자, 시민 모두의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맞는 말이다. 스마트시티는 앞으로 가야 할 도시의 미래다. 어떤 도시를 누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기존 규제에 얽매이지 말고, 규제의 취지는 살리면서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해 나가는 자세도 필요할 것 같다.
Q. 새로운 기술 도입이 많아진 만큼,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는 것인가.
수요 응답형 버스 서비스(DRT) 나 교통관리 시스템, 에너지관리 시스템은 이미 기존 도시에도 적용돼 서비스되고 있다.
이처럼 기존 규제 체계와 크게 충돌하지 않는 서비스는 별도 법률이나 제도를 적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나 드론을 통한 택배서비스 등 현재 법 제도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적·입법적 검토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기존 도시에 적용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들에 대한 규제를 대폭 해소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조성해야 한다.
세종시 5-1생활권이나 부산시 에코델타시티의 경우 도시 자체를 스마트 서비스에 맞게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해서 국가시범 도시로 개발을 시작했다. 이런 도시에 기존 제도나 규제에 충돌하는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테스트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도시에 보다 빨리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스마트도시 국가시범 도시를 마련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 때문으로 알고 있다. 이 법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들려 달라.
국가시범 도시 근거를 마련해 기존 규제에 대한 여러 특례를 둘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련했다는 점에 대해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무인비행장치에 관한 특례나 자율주행차 운행에 관한 특례에 대한 내용은 보완이 많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현행 스마트도시법은 스마트도시의 효율적인 조성, 관리·운영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도시종합계획, 스마트도시건설사업, 스마트도시에 구현될 도시서비스, 스마트도시기술 기준, 스마트도시 추진체계 등의 사항으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시티에 관한 기본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률이다. 때문에 현재 법률이 완성된 법률은 아니어서 앞으로 스마트시티 발전 과정에서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사회적 합의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여기서 가장 큰 걸림돌은 개인정보가 될 것 같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선 어느 정도 개인정보가 필요할 것 같은데, 시민 입장에서 개인정보 노출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지적이다. 스마트시티를 이루는 핵심 기술 중 하나인 AI 기반 서비스는 데이터 기반 학습이 중요하다. 스마트시티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데이터를 기초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기반을 만드는 것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AI에 사용되는 데이터가 개인정보와 반드시 부딪히는 문제는 아니다. 지금 AI에 필요한 데이터는 개개인 특정정보가 아니다. 어떤 패턴 등을 찾아낼 수 있는 익명화된 데이터 정보가 필요하다. 물론 특정 개인의 정보가 필요한 것도 있지만, 특정 개인의 정보가 아닌 정보의 어떤 총체로서의 데이터를 요구하는 것이 많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 체계에서는 특정 개인 정보와 익명화된 정보를 분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충돌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 같다. 여기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여러 가지 보안 기술이 개발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와 새로운 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개인 정보와 익명화된 정보를 분리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된다. 제주도 ITS 사업을 예로 들어보자. 제주도에서는 렌터카 이동 정보를 파악해 지능형 교통체계 시스템을 구성했다. 여기서 내가 어디를 가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노출될 수 있다. 이 예시를 들어 설명을 해줄 수 있나.
이 예시에서도 개인정보와 익명화된 정보가 혼잡해 있다. 특정 개인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정보는 당연히 보호돼야 한다. 그것을 함부로 가져다가 데이터 발전에 쓰는 것은 범죄다. 당연히 정보 주체 동의가 있어야만 한다.
다만 AI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빅데이터는 제주도 렌터카 운행 정보다. 누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람들이 빌린 렌터카 차량이 어디를 가느냐다. 특정인을 알아볼 수 있는 개인 정보와는 구별이 돼야 한다. 지금은 구별하는 장치가 부족하지만, 구별이 된다고 전제하면 이러한 정보는 얼마든지 우리 산업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당연히 특정 개인 정보와 연관된다면 이를 삭제시키는 보안 기술도 탑재돼야 한다.
Q. 앞으로 법률 전문가로서 스마트시티에 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스마트시티 구현을 위해선 기존 규제의 취지에 맞게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나가는 전문가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선 기존 규제를 잘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한다.
기존 행정규제에 관한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법·제도·규제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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