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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Lab 젊은 과학자] "VR 경험 통해 현실에서 바꾸기 힘든 행동 변화 가능하다"... 조지아대 안선주 교수

AI타임스 2021. 8. 6. 15:31
조지아대 가상환경 랩 안선주 소장, 한국인 최초 크리그바움언더40상
수상가상 환경 발전으로 사용자 늘면 기술 확대 위해 AI 활용, 두 기술 협업 중요
유학은 과학계 입문하는 길목, 장기연구 위해 공부가 생활 속에 녹아있어야

 

[편집자 주]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도전적 과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키워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 첫걸음이 인재 양성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해외 여러 곳에서 특히 미국 등 선진 국가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인 연구자들을 발굴하고 탐색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또, 미래의 한국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의 현재와 그 성과를 만나보는 건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됐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한 공간에 모여 활동하는 일상을 그리워한다. 이 욕구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난 VRㆍARㆍ메타버스 관심으로 드러났다. 가상의 공간에서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기업 설명회, 음악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MZ 세대에게 메타버스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구찌, 나이키, 아마존 AWS 등 세계적 기업은 메타버스 플랫폼에 진출해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롭게 MZ 세대에게 접근했다. 단순히 게임에만 적용될 줄 알았던 가상세계는 다양한 산업 군과 협업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사진=안선주 교수 제공, 셔터스톡.

 

201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개최된 미국 저널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교육 학회(AEJMC) 총회에서 조지아대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케이션 대학 안선주 교수는 크리그바움언더40상(KrieghbaumUnder-40 Award)을 수상했다. 이 상은 교육과 연구, 공공 서비스 공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준 40세 미만 학자 중 한 명을 매년 선정해 수여한다. 안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이 상을 수여했다.

 

당시 연구에서 안 교수는 가상현실 속 여러 현상들을 사회과학적인 관점을 통해 바라봤다. 특히 가상 공간 속 경험들이 현실 세계에서도 사용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서 가상 공간 속 경험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바꾸기 힘든 습관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안선주 교수는 서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학사과정 수료 후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마쳤다. 두 나라의 유수 대학에서 공부한 안 교수는 연구에 있어 미국과 한국의 차이점 2가지를 언급했다. 먼저 미국 대학의 사제 관계가 한국보다 수평적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학생들의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도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 수용돼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발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의 연구는 트렌드에 민감하지만 미국은 변화에 둔감하다는 점이다. 20년간 미국에서 생활한 안 교수는 느린 변화 속 꾸준한 연구로 미국이 과학 발전을 이뤄내는 것을 목격했다. 과학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학문이 아니다. 한국도 당장은 성과가 안 보이고 여러 시행 착오가 발생하는 연구에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06년 안 교수는 스탠퍼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해 가상환경을 처음 접했다. 당시 당시 대중들에게 VR 기술은 아직 생소했다. 취직을 위해 전공을 바꾸자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안 교수는 가상 환경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을 엿보았다.

 

올해로 안선주 교수는 15년째 VR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연구 시작 당시 5만달러에 구입 가능했던 VR 헤드셋은 현재 250달러에 구입 가능해졌다. 그만큼 VR 기술이 대중화되었다.

 

안 교수는 2011년부터 미국 조지아대 교수로 재직해 저널리즘과 매스커뮤니케이션 대학에 소속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관련 논문 30편 이상, 학회 발표 60회 이상으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사진=SarahFreeman E.)

지난해 안 교수가 수석 연구원으로 참여한 행동 연구소 연구팀은 세계 최대 시뮬레이션 및 교육 행사인 I/ITSEC 회의에서 '가상 가족 방: 가상 현실과 물리적 거리를 연결'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안 교수는 해외에 파병된 군인과 그 가족을 하나의 공간으로 모으기 위해 가상 현실 속 패밀리 룸을 만들어 연구를 수행했다. 패밀리 룸은 집과 뒷마당을 복제한 가상 세계다. 가상의 공간에서 가족과 떨어져 근무하는 군인과 가족이 VR 헤드셋 착용을 통해 한 공간에서 만나게 된다. 가족은 이 공유 공간에서 ▶게임 ▶영화 ▶운동 ▶숙제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 연구를 통해 안 교수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경험이 중요한 어린 자녀들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근무자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했다.

 

향후 10년 내 VR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안 교수는 1인 1기기 형태로 스마트폰처럼 모두가 가상 환경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 시점에서 VR 기술에 대한 사회과학적 접근을 강조했다.  

 

가령, VR 기술은 사소한 개인정보까지도 기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안선주 교수는 ▶사용자들이 개인정보 이용에 반드시 동의를 해야 하는지 ▶개인정보보호법은 어떤 식으로 제정되어야 하는지 ▶사용자 스스로 통제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10년 안에는 1인 1기기 형태로 스마트폰처럼 

모두가 가상 환경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게 될 것

 

Q. 가상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사람 간 의사소통이 신기술에 의해 어떻게 더 발전되고 변화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에서 시작했다. 2000년도 초반 인기를 끌던 ICQ, AOL과 같은 컴퓨터로 매개되는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에 관심이 가던 차에, 2006년도에 스탠퍼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가상 현실을 처음 접하게 됐다.  

당시 대중들에게 VR 기술은 아직 생소했다. VR은 대중화되기엔 너무 비싸고 (2006년도 당시 헤드셋 가격이 $50,000 가량) 복잡하기 때문에 취직을 위해 전공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박사 과정을 통해 게임과 가상현실에서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가능성을 엿보았다.  

올해로 15년째 연구를 이어 가는 동안 VR 헤드셋은 $250~300에 구입이 가능해졌고 ▶AR ▶VR ▶메타버스 개념들이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Q. 2019년 한국인 최초로 크리그바움언더40상을 수상했다. 관련 연구에 대해 소개 바란다.

가상현실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현상들을 사회과학적인 관점을 통해 바라본 것과 관련해 연구한다. 특히 가상 공간 속 경험들이 현실 세계로 나온 후에도 사용자들의 생각과 행동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그래서 가상 공간에서만의 경험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바꾸기 힘든 행동이나 습관 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증명했다.

가령, 백신 접종을 꺼려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자. 이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백신 접종 후 체내에서 항체가 형성 과정과 형성된 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경험을 하게 한다. 이후, 백신 접종에 대해 훨씬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기후 변화에 따른 바다 수위 상승, 과도한 당 섭취로 비만도 증가 등 현실에서 겪기 힘들거나 불가능한 상황들을 가상 현실에서 경험하면 더 큰 설득 효과 (예: 태도와 인식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지난 15년간 가상 환경의 강점을 활용해 기존 접근 방식으로 해결하기 어려웠던 사회 문제들을 사회과학과 공학이 결합된 융복합적인 시각으로 연구해 왔다. (연구소 링크

 

사진=SarahFreeman E.

 

Q. 서울대에서 학사 취득, 스탠퍼드대에서 석ㆍ박사 학위 수료 과정에서 느끼신 한국과 미국의 차이점은?

각 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만 모아둔 곳이니 학생들과 교수들이 똑똑하고 성실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차이점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미국의 학생과 교수 사이의 관계가 한국에 비해 좀 더 수평적이다.

미국 학생들은 더 활발하게 의견과 비판을 제시할 수 있고, 교수들은 그런 의견에 귀를 기울인다. 다소 허무맹랑하게 들리는 아이디어도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 안에서 수용된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그 허무맹랑한 아이디어가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발전하기도 한다.

미국 학교가 한국 학교들보다 더 많은 기회의 평등이 있지만 많은 미국인들은 더 평등한 기회(equity: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접근의 평등)를 큰 화두로 생각해 활발한 논의와 대화를 갖는다. 

또 한국의 연구 과제들은 트렌드에 민감한 반면, 미국에서는 기초 과학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변화에 둔감한 편이고 50개 주들의 연방 형태이기 때문에 변화를 시도하려 해도 그 속도가 한국에 비해 현저히 느린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미국에 살면서 놀라는 부분은 누가 보든 보지 않든, 누군가는 그 변화를 느리지만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추구해 간다는 것이다. 그 시간과 노력은 결국 과학의 발전을 이루어 낸다.  

반면 한국은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트렌드에 민감해 연구과제도 그 트렌드를 쫓아가는 경향이 있다. 사실 과학은 속도전이 아니다. 겉보기에 성과가 없어 보여도 다년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 불필요한 규제를 풀고 정부와 기업들이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연구 과제를 장기적으로 지원한다면 한국의 수많은 인재들이 제 역량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Q. 가상 현실을 처음 접했을 어떤 생각이 들었나?

2006년 가상 현실을 처음 접했을 때 기술 수준은 지금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뒤떨어져 있었다. 사이버 멀미(simulation sickness : 가상 환경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멀미 증상)가 심했고 그래픽 수준 역시 픽셀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좋지 않았다.
 장비도 무거워 사용자가 불편을 호소할 정도였고 헤드셋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선은 짧아 이동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박사 과정 때 경험했던 가상 현실은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가상 현실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늘 자신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요즘은 이것을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VR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플랫폼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꼈던 것을 타인이 거의 동일하게 경험한다는 부분은 정말 매력적이다. 글이나 그림, 혹은 영상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가능해졌고 덕분에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해졌다. 

역사적으로 ▶책 ▶라디오 ▶영화 ▶인터넷 ▶모바일 등 인류의 정보 전달 욕구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었던 플랫폼들은 사회적으로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켜 왔다. 가상 및 증강 현실도 차세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5~6년간 기술 발전 흐름을 보면 현재 가상 환경을 경험하는 데에 느끼는 불편함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Q. 연구 분야에 대한 글로벌 동향은?

VR과 AR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은 미국인 것 같다. 한국의 연구 과제는 주로 트렌드를 쫓아간다. 연구를 제대로 마무리하기엔 그 주기가 너무 짧고 트렌드에 떨어지는 연구는 학교와 회사에서도 크게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전 세계적 동향은 미국의 동향과 같은 경우가 많다. 이 동향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 있어 국제 학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 다만 중국 과학자들에 비해 한국 과학자들의 참여가 좀 아쉽다. 지리적으로 멀더라도 국제 학회 등에서 더 많은 한국 연구자들이 참여해 한국의 높은 과학 수준을 전세계에 알려줬으면 한다.

또 흥미로운 건 연구 결과들을 실생활에서 받아들이는 속도의 차이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VR 관련 기술들이 사회적으로 도입이 됐을 시 일어날 수 있는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굉장히 민감한 편이다.

한국과 중국은 신기술이 도입되면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간다. 이 부분은 다 같이 고민을 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가령, VR 기술은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반 이용자들이 개인정보 취합에 대해 반드시 동의를 해야 하는지 ▶관련 보호법은 어떤 식으로 제정되어야 하는지 ▶개인정보를 이용자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의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진=Sarah E. Freeman

 

Q. 향후 10년 내 ARㆍVR분야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는지?

지금까지 기술 발전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향후 10년 내 발전된 기술을 활용해 규모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다. 

10년 안에는 1인 1기기 형태로 스마트폰처럼 모두가 가상 환경을 언제든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이 시점에서 사회과학적인 접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술이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 기술을 활용하는 건 사람이다. 사람이 기술을 사용하면서 느끼는 가치를 어떻게 구현해 낼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 같다.  

가상 환경이 발전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결국 이 기술을 확대하기 위해 AI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두 분야의 협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요즘 미국 학계의 화두는 일자리의 미래(Future of Work)다. 미래의 직업과 직업 환경은 지금의 직업과 직장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  

가령 자율 운행 차량에서부터 가상 및 증강 현실 그리고 AI의 통합으로 통근에 사용되는 시간을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직원 개개인의 자율성은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Q. 한국의 AI 개발자 혹은 관련 연구원들과 교류가 있는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에서 겸직교수로 연을 맺게 되었다.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VR, AR, 인공지능의 통합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다.  

매해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에서 연구 중인 대학원생들과 학자들이 방문 연구원으로 짧게는 한 학기, 길게는 1년 정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한국의 많은 ▶VR ▶AR ▶AI 연구 개발자분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Q. 현재 머물고 있는 지역을 소개하자면?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홈 데포(The Home Depot) ▶유피에스 ▶델타(Delta) ▶코카콜라 같은 많은 Fortune 500 기업들의 본사이며 할리우드 영화들의 촬영지다. 이는 연구 관련 산학협력을 진행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재직 중인 조지아대를 비롯해 조지아공대(Georgia Tech), 에모리대(Emory University) 등 사회과학과 공학 위주의 대학들이 많다. ▶AI ▶VR ▶AR 연구자들과 협업하기에도 좋다.

현재 애틀랜타 근교에 위치한 귀넷 카운티에서 살고 있다. 특강과 학회 참석을 위해 미국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여기처럼 살기 편한 곳은 드물다. 애틀란타와 그 근교는 다른 대도시에 비해 숲의 면적이 아주 넓다. 덕분에 사는 곳 근처에 미국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산맥(Appalachian Mountain range)과 조지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레이니어 호수(Lake Lanier) 그리고 50여 개의 공원들이 있다.

Q. 유학 생활 중 향수나 스트레스를 겪을 때, 본인만의 해소 방법은?

비교적 편한 미국 생활을 하고 있다. 20년 넘게 살면서 ▶LA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등 대형 한인 상권을 끼고 있는 도시에서만 생활해 향수를 크게 느낄 일이 없었다.  한국 직항 비행기도 잘 되어 있어 방학 때마다 한국을 방문해 2달씩 지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일 년에 한 번씩 미국을 방문해 크게 불편함을 느낄 일이 없었다. 

연구 도중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그날은 놓아 버리고 마음 편히 노는 편이다. 어차피 미디어를 연구하는 입장이라 게임을 하거나 드라마를 몰아 보면서 연구의 일환이겠거니 생각한다. 

사회과학자는 사회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지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대학원생들에게도 연구실 밖으로 나가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 경험을 다양하게 하라고 권장한다.  

책만 붙들고 있는 사회과학자가 사회의 여러 복잡한 문제들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나 역시 논문을 쓰다가도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일단 푹 쉬면 엉켰던 실타래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풀리기도 한다. 친구들과 놀다가 들었던 이야기 덕분에 영감을 받아 글이 더 잘 풀리는 경우도 많았다.

 

사진=Sarah E. Freeman

 

Q.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유학 생활 및 준비 과정에 대해 조언하자면?

만약 ▶AI ▶AR ▶VR 등의 분야로 해외에 유학을 가고자 한다면 가장 먼저 유학을 통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다음 그에 맞게 계획을 짜고 나서 유학길에 나서길 권한다.

많은 유학생들이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흐르는지를 간과한다. 가령 공대나 사회과학대학 박사 과정이 평균 5년이라고 할 때 하루는 긴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한 해는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 따라서 명확하게 목표를 잡고 그 목표에 따라 공부를 해야 한다. 자칫하다가 타지 적응과 수업에 1년씩 투자하면 연구를 제대로 시작할 겨를도 없이 시간이 흐른다. 어느새 졸업은 다가오고 연구 성과는 충분히 나오지 않아 졸업 후 진로가 불명해지는 경우가 많다.  

유학 생활을 준비하거나 실제로 생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장기전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면 모든 게 끝일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비로소 시작인 걸 알고 아연실색하는 경우가 많다.

유학 생활 역시 비슷하다. 유학은 과학계로 들어서는 길목의 입구일 뿐 끝이 절대 아니다. 공부와 연구를 장기적으로 하려면 그 자체가 생활에 녹아 있어야 한다. 대학원 학생들에게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것들(운동, 교우 관계 등)이 기본 생활 방식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편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체력과 마음이 안정돼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하루나 이틀 혹은 일주일 밤을 지새운다고 좋은 연구가 바로 나오는 게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고 균형 잡힌 생활 습관으로 공부를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AI타임스 정윤아 기자 donglee04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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