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테크

판독 불가 '고구려 목간의 글자들', AI 기술로 읽어낼 수 있을까

AI타임스 2022. 2. 3. 14:55

300여 년 전 발견된 고구려 목간 10~13 글자 판독 불가능
손실된 렘브란트 '야경' 부분은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 성공
사본과 원본 간의 비교 통해 렘브란트 회화 스타일로 변환
사료 해석·고대문자 판독·인물 복원 등 AI 접목 움직임 ↑

 

서울 몽촌토성 집수지에서 발견된 목간의 모습. (사진=한성백제박물관).

최근 서울 몽촌토성에서 고구려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발견되면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 해당 목간에 적힌 글자의 정확한 판독이 어려워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날로 정교해지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과 문화재를 복원하고 고대문자를 판독하는 등의 사례가 늘어나는 가운데 AI가 목간의 글자를 판독해 역사적 비밀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

 

한성백제박물관은 지난해 4월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에 대한 발굴조사 중에 집수지 내에서 묵서명(먹물로 쓰인 글자)이 있는 목간이 출토됐다고 지난달 밝혔다. 목간이 출토된 집수지는 축조에 사용된 목재와 집수지 내부 출토 목재에 대한 자연과학적 연대분석을 실시한 결과 대략 469~541년 사이 고구려가 축조하고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목간은 출토 정황상 작성 하한이 551년 이전에 제작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간이자 최초로 발견된 고구려 목간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몽촌토성에서 고구려 목간이 출토됨에 따라 고구려가 몽촌토성 일대를 다스렸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즉 해당 목간은 고구려가 몽촌토성을 점유해 문서 행정을 했음을 보여주는 문자 기록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큰 셈이다. 다만 목간 한쪽 면에 나타난 10∼13자의 글자는 훼손과 변형이 심해 아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정확히 판독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예술‧고고학 분야에서도 AI를 통한 복원 기술 고도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빛의 화가'인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의 걸작 '야경(The Night Watch)’에서 손실된 일부가 AI의 도움으로 약 300년 만에 복원된 사례도 그중 하나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Rijksmuseum)은 AI로 복원된 '야경' 작품을 대중에 공개해 화제를 불러 모았다.

 

누락된 가장자리가 검은색으로 표시된 렘브란트 반 레인의 '야경' 원본. (사진=Rijksmuseum).
원본에서 누락된 부분이 묘사돼 있는 헤리트 룬덴스의 '야경' 사본. (사진=Rijksmuseum).
헤리트 룬덴스의 사본을 인공지능(AI)이 원근감과 렘브란트의 스타일에 맞게 복원한 '야경' 작품. (사진=Rijksmuseum).

이 작품은 1715년 암스테르담 시청에 걸릴 당시 크기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장자리(왼쪽 60㎝·오른쪽 7㎝·윗부분 22㎝·아랫부분 12㎝)가 잘려 나갔다. 약 300년이 지난 현재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리트 룬덴스가 그린 사본과 렘브란트의 손실된 원본의 비교를 통해 AI가 이 걸작을 복원해낸 것이다(AI의 놀라운 복원 기술...중세의 명화가 되살아난다).

 

또 AI 기술을 기반으로 사료 해석이나 고대 문자 해독 시도가 이미 여러 해외 연구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진은 고대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자동 전사‧판독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은 수작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오류 발생률도 높았다. 그런데 해당 AI 시스템에 대한 테스트 결과 약 80%의 정확도를 보였다는 게 당시 연구진의 설명이다.

지난 2020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진은 고대 설형문자가 새겨진 점토판을 자동 전사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University of Chicago’s Oriental Institute).

이 밖에 AI로 고대 인물들의 모습을 되살려내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지난해에는 AI 기술로 탄생한 고대 이집트 왕과 왕비의 실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네덜란드 사진작가 '바스 우테르바이크(Bas Uterwijk)'가 AI를 이용해 고대 이집트 재18대 왕조인 아크나톤(Akhenaten) 아멘호테프 4세와 그의 부인 네페르티티(Nefertiti) 왕비를 현대적인 모습으로 재현해낸 것.

 

이에 앞서 기원전 27년부터 기원후 285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800여개 조각상을 토대로 고대 로마황제들의 얼굴이 복원된 사례도 있다. 유적‧유물 발굴이나 문자 판독 등을 통해 과거의 역사를 복원하는 일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작업인 만큼, 앞으로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이 고고학과 만나 얼마나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렘브란트의 '야경', AI로 어떻게 복원됐을까
 

1600년대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 시민 경비대로부터 이들 본부를 위한 유화 제작을 위임받았다. 렘브란트는 도시의 시장과 부관, 그리고 차려입은 젊은 아가씨를 포함한 32명의 인물로 장면을 구성, 1642년에 ‘야경’을 완성했다. 이후 작품은 1715년 시청으로 옮겨졌다. 시청 관료들은 작품을 벽에 걸기 위해 렘브란트 작품의 바깥쪽 가장자리를 모두 잘라냈다.

‘야경’의 잘려나간 조각들은 복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헤리트 룬덴스’가 그린 모작 덕분에 원본의 모습을 알 수 있었다. 누락된 부분에는 상단의 아치와 하단의 난간, 맨 왼쪽에 서 있던 프란스 바닝 코크 민병대의 두 병사가 묘사돼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은 훼손된 '야경'의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일련의 신경망을 만들어 룬덴스의 사본을 원본의 렘브란트 스타일로 변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인물의 얼굴에서부터 의복‧무기 등에 이르기까지 ‘야경’의 두 버전에서 해당 요소를 식별할 수 있는 신경망을 만든 후 사본을 확대‧축소‧회전‧압축하고 압축 해제할 수 있는 두 번째 신경망을 만들었다. 그 측정값은 가능한 한 렘브란트 원본과 일치시켰다.

 

룬덴스의 모작에서 얻은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AI는 원본과 사본 사이에서 1만 개 이상의 공통되는 세부정보를 발견하고 신경망 학습 등을 통해 잘린 부분을 다시 그려냈다. 렘브란트 스타일로 그림을 그리기 위한 여러 보정 작업을 거쳐 AI로 복원된 ‘야경’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AI타임스 박찬 위원·윤영주 기자 cpark@aitimes.com·yyj0511@aitimes.com

 

Copyright © '인공지능 전문미디어' AI타임스 (http://www.ai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판독 불가 '고구려 목간의 글자들', AI 기술로 읽어낼 수 있을까 - AI타임스

최근 서울 몽촌토성에서 고구려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이 발견되면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 해당 목간에 적힌 글자의 정확한 판독이 어려워 아쉬움을 토로하

www.ai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