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더 문', 복제인간의 아픔외에 AI 로봇의 참된 우정에 초점 맞춰
그가 기지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인공지능 컴퓨터 거티뿐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자신과 똑같자, 복제인간임을 깨닫는 주인공
지난 2009년 개봉한 영화 ‘더 문(Moon)’은 던칸 존스가 감독한 SF 스릴러 장르의 영국 영화로 고갈된 화석 에너지를 대신할 광물을 캐는 달 기지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에너지 고갈에 직면한 지구인들은 달 표면에 무진장하게 널려 있는 헬륨-3라는 광석을 채굴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다. 이를 위해 미국의 에너지 생산기업 루나(Luna)는 달 표면에 '사랑(SARANG)'이라는 이름의 자원 채굴 기지를 건설한다.
주인공 샘 벨(Sam Bell)은 이 곳에서 헬륨-3 광물을 채굴하는 채광기 ‘하비스터(Harvester)’를 모는 우주비행사다. 계약 만료 기간인 3년이 다가오면서 샘은 가족이 보고 싶어 몸서리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필이면, 지구와 유일하게 연결되는 통신위성 고장으로 그의 외로움은 거의 한계치에 이르렀다. 오로지 그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는 인공지능 컴퓨터 로봇 거티(Gutty: 배우 케빈 스페이시 목소리)뿐이다.
감독자지만 친구 같은 AI봇
거티는 AI로 작동하는 기계 로봇으로, 사랑 기지 내부를 전용라인을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통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더불어 샘의 밥도 차려주고, 머리도 깎아주며, 지구로부터 오는 각종 명령을 샘에게 전달하는 친구 노릇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지 안에서 샘은 이상한 현상을 겪는다. 처음 보는 낯선 여인을 환영으로 보는가 하면, 기지 밖에서도 이상한 존재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 같이 한 거티는 샘의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고 이상이 생겼음을 직감한다. 어느 날 거티는 샘에게 “별일 없냐?”고 묻는다. 이에 샘은 “괜찮다”고 대답하지만, 샘은 이미 달 기지에 무언가 자기가 모르는 비밀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후 영화는 서서히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얼마 후 일상적인 채굴 작업을 위해 하비스터를 몰고 가다가 샘은 낯선 여자를 다시 보는 환각을 일으키고, 암석에 충돌하는 큰 사고를 일으킨다.
그러나 샘은 별일 없었다는 듯이 의무실에서 깨어난다. 거티는 그의 건강을 점검하면서 사고와 관련해 기억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샘은 모르겠다고 답한다.
얼마 후 완전히 회복한 샘은 거티를 속이고, 기지 외부로 나가서 사고로 처박혀있는 하비스터의 해치를 열고 '샘'을 구한다. 샘이 샘을 구한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고가 나서 크게 다친 사람은 원래의 샘 1, 나중에 밖에 나가서 그를 구한 사람은 샘 2인 셈이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복제인간의 비애를 다룬 SF영화다.
주인공 샘1은 깨어나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인 샘2가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깨닫는다. 샘2 역시 마찬가지로 상대방을 통해 자신도 복제인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샘1은 AI 로봇 거티를 통해서 많은 비밀을 알게 된다.
거티의 말대로 이 달기지를 건설한 루나 인더스트리는 엄청난 채굴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복제인간을 활용하는 기업이었다. 한 사람의 복제인간의 수명은 고작 3년. 시간이 지나서 쓸모가 없어지면 지구로 귀환하는 캡슐에 담아 폐기처분한다.
그리고 최초의 샘의 기억을 다시 뇌에 이식받은 새로운 복제인간 샘을 의무실에서 깨어나게 한다. 샘2는 그런 과정에서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용도 폐기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하게 된다.
하지만 지구에 있는 루나 인더스트리 기업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거티가 스스로 학습하며 배워나가는 인공지능 로봇이란 사실이다. 거티는 이 모든 복제인간의 재탄생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동정심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통제보다 우정을 택한 AI로봇
SF 영화 더 문은 복제인간의 비극을 다루면서 첨단 과학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그러나 이 영화를 끝까지 보면 반드시 과학에 대한 비판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로봇 거티를 통해 따스한 정과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도 있다.
영화 앞부분에서 거티는 기계적이고, 입력된 알고리즘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비인간적인 컴퓨터 머신으로만 비춰진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거티는 단순한 컴퓨터를 넘어서 스스로 학습하고, 마치 자신의 자아를 갖고 있는 인간처럼 행동하는 측면도 있다.
그는 생각도 할 수 있고, 인간처럼 어느 정도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볼거리이자 또 하나의 반전이 바로 이 대목이다. 영화 속에서 거티가 감정을 표현하고, 친구인 샘을 향한 인간미를 느끼게 하는 장면은 여러 번 나온다.
샘2는 외부에 나가서 사고 난 샘1을 찾으려고 하지만, 비밀을 숨기기 위해 본부의 명령을 받은 거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다. 하지만 샘은 몰래 전기 배선 장치를 뜯고 나가려다 들킨다. 그럼에도 샘2의 의지를 거티는 무시하지 못하고 기지 외부만 살펴보라는 말과 함께 외출을 허락한다. 결국 샘2는 샘1을 구해오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이후 구출된 샘1이 “자신이 복제인간이냐?”고 물었을 때 거티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고,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샘이 비탄에 빠지자 자신의 얼굴인 스크린에 슬픈 이모티콘을 띄우고, 샘의 어깨 위에 기다란 로봇팔을 얹으며 위로한다.
그리고 나중에 기지 내 복제인간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영상을 몰래 보려는 샘1이 비밀번호를 몰라서 헤매자 슬며시 다가와 로봇 손가락으로 직접 키보드를 눌러 패스워드를 입력해준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엔딩 부분에서 루나가 보낸 구조대를 피해서 샘2가 사랑 기지를 탈출하려고 하자 거티는 이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 자신을 재부팅하라고 스위치가 있는 등을 그에게 돌린다.
영화 '더 문'은 복제인간의 아픔을 다루면서 비인간적인 과학발전을 통렬히 비판한다. 하지만 스스로 학습해 인간의 친구가 되어버린 AI 로봇의 참된 동료애를 보여주면서 과학의 양날적인 측면을 부각시킨다.
AI타임스 조행만 기자 chohang5@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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