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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가 AI였다니”...다큐멘터리 속 스타 셰프 목소리 딥페이크 응용 내레이션 논란

AI타임스 2021. 7. 20. 10:03
2018년 사망한 앤서니 보데인 다룬 ‘로드러너’생전 최측근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행복하니?”감독 曰 “심리상태 보여주므로 AI로 연출 필요했다”“유족·지인들, 앤서니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앤서니 미망인 “그렇게 말 한적 없다” 트윗 게재대중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은 걸로 드러나 비난 거세

 

지난 2014년 에미 어워즈(Emmy Awards)에서 수상한 앤서니 보데인 모습. (사진=셔터스톡).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미 전역에서 개봉한 스타 셰프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AI윤리 문제에 휘말렸다. 2018년 프랑스 소재 호텔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앤서니 보데인(Anthony Bourdain)이 주인공인 ‘로드러너(Road Runner)’가 그것.

 

앤서니 보데인은 뉴욕 출신의 미국을 대표하는 셰프였다. 본업 외에도 오랫동안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케이블 채널에서 세계 음식을 알리는 방송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2013년부터 61세로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CNN의 간판 음식 기행 방송 ‘파츠 언노운(Parts Unknown)’을 통해 그 인기가 더욱 치솟았다.

 

2018년 앤서니 보데인이 프랑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그가 수석 셰프로 있던 맨해튼 소재 Brassie Les Halles 레스토랑 앞에 많은 추모객들이 찾았다. (사진=셔터스톡).

 

거침없는 언행으로 기존 음식 방송과 차별화를 두며 ‘쿨한 이미지’로 인식되던 그였기에 자살 소식은 당시 미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번에 로드러너를 제작한 모건 네빌(Morgan Neville) 감독은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인들과 자유로이 대화하는 모습들을 통해 대중이 몰랐던 보데인 본인의 생각이나 고민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큐멘터리 끝부분이다. 보데인 생전에 가장 친한 친구인 데이비드 최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이 그의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이메일 첫 부분은 최가 읽는다. 그 위로 점점 “지금 내 삶은 망가지고 있어. 너도 성공했고 나도 성공했지. 하지만 궁금해. 넌 행복하니?”라는 문장 전체를 보데인이 읽는다.

 

가장 사적인 대화가 오가는 이메일에 보데인의 목소리가 존재할 리 없었다. 네빌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영화가 개봉하기 전인 15일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AI로 그의 목소리를 창조해냈다”고 밝혔다. 한 소프트웨어 업체에 의뢰해 딥페이크 기술을 응용해 TV·라디오·팟캐스트 등에서 보데인의 목소리를 추출, 이 문장을 완성한 것.

 

지난 6월 공개된 로드러너 공식 트레일러. 1분 30초 즈음에 앤서니 보데인의 목소리를 흉내낸 딥페이크 기술이 이메일을 읽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출처=Focus Features 공식 유튜브 채널).

 

네빌 감독은 “이메일은 보데인의 심리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자료로, 그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관객이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 생생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미망인 오타비아와 저작권 관리자들에게도 사전에 알렸고, 그들은 ‘앤서니가 살아서 이걸 본다면 쿨하게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개봉 후 이를 반박하거나 비난하는 트위터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보데인의 부인 오타비아 보데인은 16일 네빌 감독의 이러한 내용을 공식 게재한 ‘버라이어티’ 계정에 “나는 절대 토니(앤서니)가 쿨하게 넘겼을 거라고 말한 적 없다”고 답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로드러너 제작사인 포커스 피처스 측은 아직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

 

앤서니 보데인 부인 오타비아 앤서니의 트위터 답글. (캡처=박혜섭 기자).​

 

워싱턴 포스트의 데이비드 위글 기자도 뉴요커의 인터뷰를 캡처해 표시하며 “(알려줘서) 고맙다. 난 혐오한다”고 비꼬았다. 위글은 “일반 문서를 배우에게 표현하라는 차원이 아니지 않은가. 너무나 이상하고 싫다”고 이어 트위터에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린제이 베이어스타인도 거들었다. 베이어스타인은 “영화 속 보데인 목소리 대부분이 실제라고 하더라도 이처럼 AI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 장면 존재에 대해 관객에게 사전에 알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제작자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해 떳떳하게 밝힐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 경우 ‘대중 기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달 전 예고편에도 나온 음성이지만 대중은 AI로 만들어낸 가짜라는 사실을 몰랐다. 때문에 개봉 직전에야 그 사실을 알린 네빌 감독을 비난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한 트위터리안이 윤리가 뒷전이 된 행태에 대해 “괴상하다(그로테스크하다)”고 트윗을 올리자 3300여명이 공감하며 리트윗 했다.

 

네빌 감독은 “보데인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혼자만의 아픔과 갈등이 있었다는 것을 가감없이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봉 후 그의 바람과 달리 AI 기술 활용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AI타임스 박혜섭 기자 phs@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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