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초기엔 기업 불안이 컸다면 최근엔 근로자 불안감 커져
2012년 야후 재택 근무 문화 폐지 VS. MS 팀즈와 원격근무 지원프로그램
온라인/오프라인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교육 격차와 현장 갈등 과제
토마스 프레이, "AI가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게 될 것"
[편집자 주]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한 지 2년을 앞둔 지금, 백신개발과 접종으로 돌파구를 열었다. 그러나, 델타변이 등 변종바이러스 급속 확산으로 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국내 백신 접종율이 70%를 넘어서고 있어 조만간 사태 종식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긴 하다. 약간 이르긴 하지만, 조만간 닥쳐올 단계적 일상 회복 즉,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해야 한다. 이 시점에 인공지능(AI)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되짚어본다.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변화와 부작용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보며 가까운 미래를 대비하는 첫걸음을 내디뎌보자.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인 고민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이전과 같은 일상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의 가장 중요한 축이 되는 직장과 학교는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불안 요소다. 일하는 방법,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그 변화가 끼칠 영향은 너무 크기 때문에 조금은 느리게, 조심스럽게 이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바뀌었고, 어쩔 수 없는 대응은 비대면을 바탕으로 고민되고 있다. 아직 그 답을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걱정과 갈등을 토대로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비대면으로 인한 업무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크다. 원격 업무, 재택 근무 등은 더 나은 업무 효율성을 위해 오랫동안 고민되어 왔던 주제다. 하지만 기업으로서는 그동안 시도가 쉽지 않았고, 불확실한 방향성에 대해 현재의 불안을 선택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기업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다. 가능한 일들은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고, IT에 밝은 기업들 뿐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재택 근무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흥미로운 것은 초기에는 기업들의 불안이 컸다면 최근에는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많은 업무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협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초기 비대면의 불안은 옆 자리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같은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가장 컸다. 2012년 야후의 CEO를 맡은 마리사 메이어는 곧바로 야후의 재택 근무 문화를 없앴다. 혁신을 상징하는 기술 기업이 기술을 거부하고 반대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복잡한 시선 속에서도 마리사 메이어 CEO가 원격 근무를 폐지한 이유는 신뢰에 있었다. 실제로 많은 직원들이 업무 시간에 업무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신저에는 온라인으로 떠 있어도 실제로는 PC 앞에 앉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답이 얻어졌다.
이 정책은 야후에서 마리사 메이어의 오점으로 남았다. 결국 자율성보다는 규율과 감시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원격 근무를 문화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받아들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도 재택 근무보다는 얼굴을 마주하고 회의나 보고 등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 원격 근무가 스마트워크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던 이유다.
코로나19로 오히려 기업들은 기회가 되었다. 커뮤니케이션에는 큰 불편이 이어지지 않고, 업무는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생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사무 공간의 운영에는 부담을 상당히 덜어내게 됐고, 직원들이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즉시성과 유연성은 오히려 늘었다. 오래 일하기보다 밀도 있는 업무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한 출퇴근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임금에 막연하게 포함되어 있던 주거 비용 부담이 줄어들면서 그만큼 임금의 지급을 줄이는 경우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비용적으로 손해볼 일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셈법은 변화가 생겼다. 출퇴근의 부담이 줄어들었고, 불필요한 회의와 수직적인 분위기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점은 긍정적이었지만 일의 양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에게 주어진 책임은 더 컸고, 일하는 방법의 변화는 스스로 떠안아야 했다.
무엇보다 일과 삶의 분리가 어려워지고, 동료와 함께 일하는 데에서 오는 무형의 감정들이 사라졌다. 실제로 우울감과 불안감이 덮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원격 근무 문화를 갖추고, 서비스로 제공해 오던 마이크로소프트는 협업 도구의 중요한 역할로 유대감을 꼽았다. 실제로 한 자리에 있지는 못하더라도 가상으로라도 같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나 건강 관리 등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팀즈에 이와 관련된 서비스들을 넣어서 원격 근무로 지친 직원들의 신체적, 심리적 안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온라인이 모든 것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동시에 이 비대면 상황이 영원히 지속되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 사회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조화가 어떻게 이뤄지냐에 달려 있다. 기업들은 고용 형태와 사무실 운영 방법을 바꿀 수도 있다. 근로자들도 기업에 완전한 고용이 아니라 직무를 바탕으로 여러 회사의 일을 맡아서 할 수도 있다. 그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경험을 하는 중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할 지 알 수 없다. 우리는 당장 이 병과 더불어 사는 삶에 익숙해져야 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업무 환경도 조심스럽게 오프라인을 받아들이는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오성미 모던워크비즈니스 팀장은 “리모트에서 일한다고 해도 공간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협업의 무대”라고 말한다. 다양한 형태로 일 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하고, 현장에서 참여하는 사람과 원격지에서 참여하는 사람이 같이 협업하는 데에 있어서 장벽이 없어질 수 있도록 대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학교 현장에서도 비슷하게 이어진다. 그 동안 온라인을 통한 교육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시도가 이어져 왔다. 이 역시 교육의 호흡이나 맞춤형 학습, 집중력 저하, 그리고 학업 외에 교육 현장에서 배워야 하는 사회성 등의 우려와 함께 어려운 공존을 해 왔다. 반면 온라인은 다양한 교육의 기회, 일회성 수업이 아니라 시간 제약 없는 학습, 그리고 더 밀접하게 교육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 등 이제까지 교실에서 문제로 꼽혀 왔던 부분들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어 왔다.
학생들의 피로감도 크다. 종일 방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고, 자유롭게 뛰어 놀 여유도 사라졌다. 학부모들도 학생들의 사회성, 관계 등에 대한 걱정이 많다. 또한 콘텐츠에는 격차가 줄어도 이를 옆에서 챙겨줄 수 있는 보호자가 있는 학생들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이 갈리고, 인터넷과 기기 접근이 부담스러운 계층도 있다.
이런 물리적인 갈등이 여전히 교육 현장에 남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인프라의 요건만 갖춰지면 나머지 부분은 기술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 수업은 교육 현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져왔고, 학생들의 모든 데이터가 디지털화되고 있다. 이는 언제든 인공지능 기술이 결합될 여지가 있다. 교사를 돕는 AI 교사가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미국 다빈치 연구소의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Thomas Frey)는 AI가 학생들이 학습 과정에서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많은 학습 도구들이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성취도를 판단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기도 하다. 교사들은 학생 개개인의 부족한 부분들을 더 눈여겨볼 수 있게 되고, 학업 효율과 집중도를 높일 수도 있다.
토마스 프레이는 이런 과정이 학생들에게 흥미와 집중도를 높여서 3~4배까지 학습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인공지능은 원하는 정보의 검색 속도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여줄 뿐 아니라 더 정확한 결과를 내어 주기 때문에 검색이 집중을 흐트러뜨려 놓을 우려도 줄어든다.
코로나19이 장기화되면서 디지털과 비대면에 대한 한계와 회의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경험을 해 보았고, 기대와 다른 부분이나 문제점들에 대한 부분을 다시금 기술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경험하는 가장 큰 고비를 넘고 있다.
AI타임스 최호섭 객원기자 work.hs.cho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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