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고

[특별기고] ②특금법 개정안으로 인해 예상되는 코인 시장의 변화

AI타임스 2021. 10. 15. 11:30

특금법은 자금세탁 방지 법안...투자자보호와는 관련없어
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상위 4개사 90% 차지...독점 심화 우려는 기우
은행 실명계좌 확보 실패, 정보보호관리체계 통과 업체는 중개소 영업가능
대형4개사 위주 재편, 당장 코인 시장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

 

 

특금법으로 인해 2021년 9월 24일까지 코인 중개소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세가지 조건, 즉 은행을 통한 실명확인 계좌의 확보, ISMS 통과,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거래에 대한 보고의무를 모두 만족하는 중개소는 단 네 개에 불과했다.

 

이번 개정안의 시행으로 인해 기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는 100여개나 난립했던 코인 시장이 단 4개(업비트, 빗썸, 코빗, 코인원) 중개소로 재편될 경우 독점의 문제가 심각해 져서 투자자 보호가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질문은 맞으면서도 요점을 벗어난 점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며 투자자보호와는 관련이 없다. 2019년 FATF가 각국에 보낸 ‘가이드라인’을 보내면서도 분명히 밝힌 부분은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자금세탁의 방지에 있을 뿐 가상자산 시장의 육성이나 폐쇄 혹은 투자자의 보호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 법령이 투자자보호를 약화시키느냐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 하다. 투자자보호가 필요하면 다른 법령을 동원해야 하며 특금법은 당연히 자금세탁을 최대한 방지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코인 중개소는 한때 100여개 정도나 난립했지만 이 시장은 이미 상위 4개사가 전체 시장의 90% 정도를 독점하고 있던 상태였다. 따라서 추가적으로 독점문제가 더 심화된다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한편, 특금법에서 규정한 것을 전부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중개소의 영업이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일부 중개소에서는 “코인을 사용해서 코인을 거래하는” 중개는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을 통한 실명계좌 확보에 실패했더라도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를 통과한 업체들은 중개소 영업을 계속할 수 있다. 다만 원화입금이 안되므로, 코인을 전송한 뒤, 코인으로 코인을 거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본인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다면 이 비트코인을 해당 중개소로 전송한 뒤 비트코인을 사용해 다른 코인을 구매할 수는 있는 것이다. 이처럼 ISMS만 통과한 업체는 25개로 알려져 있다.

 

(출처=셔터스톡)

한편 특금법 시행령에는 가상자산을 타인에 이전할 경우에도 그 가상자산에 환산기준을 적용한 금액이 원화 1백만원을 넘을 경우에는 가상자산을 주고 받는 고객의 성명과 가상자산 주소 등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등 다른 여러 세부조건도 명기돼 있어, 우선은 영업을 유지할 수 있게 된 4대 중개소 역시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

 

이번에 법률을 개정되면서 중개소가 갖추어야 할 조건 중 ISMS 기준의 통과를 조건으로 내건 것은 특금법의 원래 취지인 자금세탁의 방지에 더해 투자자의 보호 장치도 일부 추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마켓-메이킹”이라는 명분하에 공공연히 행해지던 중개소의 시세조종 행위도 더이상 불가능하다. 중개소가 자사 거래에 참여할 수 없도록 제한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가상자산 중 의도적으로 익명성을 증가시킨 소위 ‘다크코인’류도 더이상 거래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2018년 ‘화이트 리스트’ 형식으로 규제를 정비하면서 오직 금융청에서 허가한 코인만 취급하도록 했기때문에 이미 이러한 다크코인류를 추방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각 중개소들이 임의로 수백개의 코인의 등록과 폐지를 임의로 수행해 왔었고, 다크코인류가 거래량의 최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다크코인류 등을 블랙 리스트 형식으로 지정하여 취급하지 못할 항목을 정해주고 있는 셈이다.

 

여러가지를 종합해 보면 그동안 수많은 중개소가 난립하다가 9월 25일부로 단 4개의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었다고 해서 당장 코인 시장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정체 불명의 잡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하는 식으로 먹튀를 일삼던 기준 미달의 상당수 중개소가 정리됨으로써 다단계 사기 등의 보다 심각한 피해는 대폭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특금법의 개정으로 한가지 더 분명해진 것은 갈수록 각국의 규제가 보다 심화될 것이라는 측면이다. FATF의 권고로 인해 이제 겨우 각국은 코인 규제에 대한 첫발을 내밀었을 뿐이다. 코인은 갈수록 정교한 방법을 통해 자금세탁이나 범죄수익 은닉, 세금 탈루에 악용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금 세탁의 위험을 안고 있으면서 십여년 넘게 그 어떤 순기능이나 기술적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코인 시장의 앞날을 밝게 보는 사람들은 일론 머스크나 캐시 우드 등의 일부 사람들을 제외하면 그리 많지 않으며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쉴러나 폴 크루그먼 교수는 코인은 폰지 사기에 다름없다는 경고를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코인을 거래하는 시장이 제재받아야 할 대상인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할 대상인지에 대한 논의는 코인 시장이 매우 거대해 졌을때 과연 국가에 주는 바람직한 시장인가에에 달려있다. 주식이나 코인 등의 다대다 사행시장은 참여하는 자들이 증가하여 거래량이 증가할수록 특정 종목의 가격이 경쟁적으로 상승하는 구조이다.

 

주식은 특정 기업의 재무재표를 분석하여 그 실적이 좋아졌는지를 판단하거나 전체적인 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을 분석하는 등 참여자들이 게임에 참여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시장의 객관적 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코인 거래 시장은 기반 기술이나 기업의 발전에 따라 참여자나 거래량이 증가하는 시장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가격을 담합한 거대 집단이 가격을 왜곡하여 전체 코인의 동반 상승과 동반 하락을 이끄는 시장으로 구성된다. 한번 오르면 모든 코인이 오르고, 또 내리면 모든 코인이 내려가는 가격이 조종된 시장인 것이다. 이를 보통 “펌프 앤 덤프(Pump & Dump)”라고 부른다. 이는 한껏 가격을 부풀렸다 고점에 던지는 행태를 일컫는 말이다.

 

유독 젊은이들이 이 시장에 많은 것은 이러한 정보를 남들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취득하고 있어서 자신의 지적 능력에 의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두 번 운 좋게 수익을 보게 되면 대다수는 그러한 수익이 운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능력 때문이라는 터무니없는 착각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거래 규모를 증가시키게 되는데, 이를 통해 그 동안 올린 수익을 한순간에 모두 날려 버리게 되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사행 시장으로서 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존재할 수 없는 시장이다. 만약 그런 방법이 존재한다면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모두 이미 백만장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는 첫 걸음은 대상물의 가치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가능한가에 달려 있다. 그 분석이 옳고 그름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최소한 그러한 분석이 가능한 대상을 상대로 해야만 비로소 투기가 아닌 투자가 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가격을 예측한다고 주장하는 여러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이 가격을 예측하는 근거가 과연 타당하며 상식적인 근거에 기반을 하고 있는지 잘 판단해 보고, 각자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것이다.

 

특금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령이 아니라 단지 자금세탁 방지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코인 시장이 과연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 행정력을 동원한 다음 투자자를 보호해 줘야 할 만큼 사회적 가치가 있는 시장인가에 대해서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명심하고, 앞으로 보다 더 많은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관점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병욱 교수는 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금융전문가다.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디지털금융 주임교수이며 인공지능연구소(AIRI)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저서 ‘블록체인 해설서’는 대한민국 학술원이 선정한 2019 교육부 우수학술도서이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블록체인/가상자산 분야 전문가로, 특히 금융권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금융위 등 여러 기관에  자문을 해 주고 있다.

이병욱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justin.lee@ass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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