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 있는 AI톡

“한국의 MIT 미디어랩 되겠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이찬규 단장 인터뷰

AI타임스 2021. 10. 19. 17:16

2017년 AI사업 시작...AI 인문학구축연구로 HK+사업비 7년간 114억 수주
심심이 컨소시엄에서 윤리/감정/감각데이터 구축...'AI 큐레이터' 만들 것
EU의 AI규제안 강도 세지만 일리있어...AI 기술의 빠른 발전 속도 때문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이찬규 단장(사진=박성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문학자들이 바빠졌다. 개발자가 아닌 인문학자의 목소리가 절실한 것이다.

 

과기정통부에서는 AI 윤리 가이드라인 제작에, 교육부에서는 초중고등학교 AI 교육에, 이외 다양한 정부기관과 기업에서 윤리적인 AI를 만드는 데이터 구축에 인문학자를 필요로 한다.

 

AI 기술을 실제 사회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AI와 인문학이라는, 완전히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두 영역이 모두 필수조건이다. '더 좋은 삶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비전은 AI와 인문학의 공통 목표이기 때문이다.

 

미국 MIT 미디어랩과 스탠퍼드대 HAI는 AI 연구에서의 인문학 중요성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연구소다. 이 연구소들의 공통점은 AI 연구에서 인문학자들이 공학자 못지않은 활약을 한다는 사실이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는 '한국의 MIT 미디어랩'을 목표로 2017년 AI 사업을 시작했다. 연구소 내 구성원들의 전공은 게임공학부터 예술학, 철학, 심리학, 역사학, 영상학까지 다양하다. 국내 AI 관련 연구집단 중 이토록 많은 인문학자들이 모인 곳은 드물다.

 

AI타임스는 올해 7월부터 10월까지 약 4개월 간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와의 공동 기획물 ‘칼럼이 있는 AI톡’을 주 1회, 총 10회 연재했다. 연구소 내 교수들이 칼럼을 쓰고, 각 교수들의 칼럼 주제에 대해 AI타임스 기자가 인터뷰하는 독특한 형식을 시도했다. 다른 매체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연재된 10개 기획물에서는 AI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 등장한 배경에, 기술을 사용하고 또 기술에 영향을 받는 사람과 사회에 주목했다. 신선한 시도였다는 주위의 평가가 많다. 

 

첫 번째 메타버스편에서는 올해 최고 이슈 중 하나인 메타버스 기술의 정의와 역사를 돌아보며 거품을 걷어낸 관점을 제시했다. 엔터테인먼트계에서 메타버스를 사용하는 법을 다룬 두 번째 기획은 가장 많은 호응(AI타임스 사이트 내 좋아요

수 최대)을 얻었다.

 

번역가들이 바라보는 AI 번역기, 소설가가 바라보는 AI 소설가를 조명하기도 했다. AI 면접 지원자의 변호사로 나선 심리학자도 있었다.

 

AI타임스에서는 함께 이번 기획을 진행한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이찬규 단장을 인터뷰했다. 공동기획을 무사히 마무리한 소감과 함께 연구소가 걸어온, 앞으로 걸어갈 길을 물었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이찬규 단장(사진=박성은 기자)

Q. 올해 7월부터 진행한 AI타임스와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의 공동 기획물 ‘칼럼이 있는 AI톡’이 마무리됐다. 소감이 어떤지

 

우리 연구소 내 교수들이 각자 바쁘게 연구하고 있던 것들을 이번 기획을 통해 한 번 정리를 해본다는 느낌이었다. 칼럼과 인터뷰를 엮는 포맷도 좋았다.

Q.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칼럼을 쓸 때 연구자간에 협업을 거치지 않고 한 명씩 진행하다보니 비판적인 시각에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 연구소 교수들과 현장에 있는 기술 연구자들이 모여 한 문제에 대해 두세 시간씩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면 집단 지성이 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Q.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를 한 마디로 소개하자면

 

인간과 AI 기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AI 기술비평학 ▲AI 관계·소통학 ▲AI 사회·문화학 ▲AI 윤리·규범학 ▲AI 인문데이터 해석학 5개 분과로 나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앙대 인문콘텐츠 연구소는 한국연구재단 지원으로 2017년 11월부터 'AI 인문학' 구축을 위한 연구로 HK+ 사업을 수행 중이다. 단장인 이찬규 중앙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와 함께 다양한 전공의 공동연구원 28명, HK 교수 3명, HK 연구교수 9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Q. ‘인문학’ 연구소가 114억 연구비를 받았다. 이례적인 성과인데

 

AI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는 훨씬 적던 2017년 HK 연구재단이 굉장히 도전적으로 연구과제를 선정해 줬다. 7년간 114억 연구비를 받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특히 인문학 분야에서는 굉장히 큰 액수였고 파격적인 지원이었다. 이후 2019년부터 AI 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우리가 아닌 다른 학교에서 먼저 시작했을 것이다.

Q. AI 사업, AI에 언제부터 관심이 있었나

 

국문학과 학부생 시절부터 자동 사고에 관심이 있어 전산과 수업을 듣곤 했다. 포트란(FORTRAN)과 같은 AI 언어가 막 등장한 시기였다. 언어라는 것을 인간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말하게 됐을지, 기계 언어는 인간 언어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후 석박사를 지내던 시기는 ‘AI의 겨울’이라 말하던 때다. 이후 2016년 갑자기 AI 붐이 일어나면서 희망이 생겼다.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언어뿐만 아니라 인간 자체를 탐구하는 것 또한 AI 관련 연구를 시작한 이유다. 인간을 통해 인간을 설명하는 대신, 컴퓨터를 통해 인간을 보면 실체가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고 본다.

Q. 미국 스탠퍼드 인간중심 인공지능 연구소(HAI)와 같이 해외 유수 대학에도 유사한 기관이 있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설립 시 염두에 둔 모델이 있을까

 

2017년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웠던 시기에 MIT 미디어랩을 직접 방문했다. 향후 연구소 비전으로 어떤 것을 가져가야 할까 고민하다가 참고할 모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MIT 미디어랩 내 연구실은 벽이 전부 유리로 되어 있었다. 어떤 일을 하는지 바깥에서 다 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학제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진다. 예를 들어 언어학 연구자가 어떤 과제를 하고 싶다고 제안하면 바로 공학팀이 합류한다. 덕분에 MIT 미디어랩에서 도전적 과제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Q. AI 데이터 연구가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심심이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과기정통부 주관 인공지능 학습용 데이터 구축사업에 참여 중이다. 컨소시엄 내에서 우리는 데이터 구축을 담당한다. 첫 번째 목표는 비윤리적인 표현 데이터를 모두 모으는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비윤리가 아닌 윤리 데이터를 모으려 했다. 윤리적인 것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일이 쉽지 않았다. 고민 중이던 어느 날 성경을 보는데 ‘~하지 말라’는 말은 있어도 ‘~을 하라’는 말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서 착안해 비윤리적인 데이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다른 작업으로 인간의 감각기관과 관련된 감정 데이터를 수집 중이다. 마지막 진행할 것은 감각 데이터 수집인데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맛이라는 개념을 데이터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언어적인 표현이 맛을 정확히 나타낸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감각 데이터를 스펙트럼으로 구성할지 고민 중이다.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이찬규 단장(왼쪽)과 인터뷰 중인 AI타임스 이정태 국장(오른쪽)(사진=박성은 기자)

Q. 이번 기획 주제로 AI 교육이 있었다. AI 교육에 대한 인문학자 관점은 기술자들과 다를 것 같은데

 

우리는 AI 기술에 대한 교육이 아니라 인문학 개념에서의 리터러시에 주목한다. 현재 초중고등학교와 각 대학에서 AI·소프트웨어(SW)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모두 기술 자체에 관한 내용이다. 파이썬을 이용해 응용프로그램을 만드는 법은 배우지만 기술이 인간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할 일이 없다. 모르고 하면 위험하다.

 

예를 들어 GAN의 경우 사용자가 가치와 문제점을 숙지한 상태에서 잘 쓸 수도 있지만 판별이 어려운 보이스피싱이 만연하게 만들 수도 있다. AI가 인간에 어떤 도움을 주고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본질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 함께 성찰해야 한다. AI 기술 이외 윤리, 인문학 교육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Q. AI 윤리 관련 제도 마련에도 인문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4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AI 규제안이 대표적인데, 어떻게 보나

 

상당히 강도가 세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답답한 규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도 높은 규제책을 내놓은 이유는 기술 속도 때문이다. EU에서도 강력한 기술 규제에 따라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AI 기술은 발전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3년 전 챗봇을 연구하던 사람이 잠시 중단했다 다시 시작하려 했더니 기술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하더라. 예전에 썼던 논문이 아무 의미 없어진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강력한 규제, 지침이 필요하다.

Q. 향후 연구소에서 새로 진행할 사업을 소개하자면

 

'AI 큐레이터'라는 직업을 새로 만들려고 준비 중이다. AI 기술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 일반 사람들에게 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직업이다. 기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AI를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단계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려줄 수는 있다. 현재 AI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어떤 공부와 과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

Q. 연구소에서 AI인문학 총서 시리즈로 도서 3부작을 출간하기도 했다. 추가 집필 계획이 있나

 

현재 새로운 시리즈 도서를 이미 집필 중이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어떻게 AI를 할 것인가를 다룬다. 궁극적으로 AI, 메타버스, 컨텍스트(context)를 연결하는 내용이다. 딥러닝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 AI 기술 과제 이외 데이터 콘텐츠 측면에서도 넘어야할 장벽이 있다. 콘텐츠에서 컨텍스트 사업으로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컨텍스트란?

 

시공간을 포함해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일련의 사회, 문화, 자연적 모든 상황과 환경.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의 특성을 정의하는 모든 정보. 콘텐츠 자체와 이를 둘러싼 다양한 외부요인을 모두 포함한다.

 

앞으로는 메타버스, AI, 컨텍스트를 연결하는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 연구소가 향후 진행할 연구 주제이기도 하다. 메타버스 실험실도 필요하면 꾸밀 예정이다. 현재 오큘러스 퀘스트2 10대를 구입했으며 3D 카메라도 필요하면 구매할 계획이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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