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정치사회적 편향 여전
전문가 “세계적으로 불가피한 현상, 관련 부분 규제 힘들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역량 강화", “자본주의적 미디어 환경 탈피" 제안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알고리즘 편향성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8월 트위터가 이미지 편집 기능 ‘크롭 툴’ 알고리즘에 내포된 편향 문제를 찾는 공개 경연을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알고리즘으로 인한 편향은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AI타임스>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는 전 세계가 겪는 불가피한 현상이다"며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25일자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미국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 프란시스 하우건(Frances Haugen)은 영국 하원 의회 특별 위원회에 출석해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세계 곳곳에서 증오를 부추긴다"고 증언했다. “페이스북은 알고리즘 편향이 만드는 부정적 현상보다 광고로 이익 창출하는 데만 급급하다"고도 말했다. 하우건은 “관련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 등 대형 IT 회사에서 검색, 추천 알고리즘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4월까지 페이스북에서 가짜 뉴스 대응과 방첩 활동 관련 업무를 하다 퇴사했다. 지난 5일 미국 상원 통상·과학·교통위원회 산하 소비자보호·제품안전·데이터보안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부적절성을 폭로한 바 있다.
트위터 추천 알고리즘이 보수 정치 관련 트윗에만 집중한다는 연구 결과도 트위터 블로그와 BBC 등 외신이 23일 (현지시각) 보도했다. 트위터 연구진은 트위터 알고리즘이 7개국 사용자에게 정치 콘텐츠를 어떻게 추천하는지 조사했다. 미국, 영국, 스페인,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가 이에 해당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을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드러냈다. 즉, 보수 정치인과 매체 트윗이 진보 트윗보다 더 많이 알고리즘 추천 트윗에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로는 캐나다와 영국이다. 캐나다는 자유당 관련 트윗이 43%에 불과했지만, 보수당은 167%였다. 영국 노동당은 112%, 보수당은 176%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트위터 META 팀장은 “왜 이런 패턴이 발생하는지 아는 건 답하기 어렵다”며 “알고리즘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보고서를 통해 설명했다.
◆ 편향된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왜 지속 될까?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The University of Westminster)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이자 ‘소셜미디어: 비판적 입문서(Social Media: A Critical Introduction)’ 작가인 크리스티안 푹스(Christian Fuchs)는 본지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알고리즘 편향은 자본주의적 디지털 환경(digital capitalism)이 초래한 결과다"고 주장했다.
“트위터, 유튜브, 페이스북 등 거대 미디어 플랫폼은 이익 창출이 목표다"며 “알고리즘을 이용해 타겟 광고(targeted-digital ads)를 해서 돈을 번다"고 말했다. 푹스 교수는 “사용자들이 최대한 자신의 플랫폼에 눈을 떼지 않도록 알고리즘으로 자극적이고 편향된 컨텐츠를 끊임없이 추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란시스 하우겐(Frances Hauge)이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대해 증언한 내용만 가볍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미디어경영학회 회장이자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주연 교수는 “세계는 지금 플랫폼 경제의 일상화로 이용자 취향에 맞춰 제공되는 '필터 버블(filter-bubble)'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의 알고리즘 기술 적용으로 제공되는 정보는 특정 편향성을 강화하는 문제가 있고, 이는 가치 편향적 사고를 유도하거나 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 해결 방안은? 박 교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 푹스 교수 "자본주의적 미디어 환경 탈피"
두 전문가 모두 “관련 영역의 내용 규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교수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발생하는 정보량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푹스 교수도 “관련 내용 규제는 충분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해결 방안으로 박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강화”를, 푹스 교수는 “자본주의적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탈피한 공공 인터넷 플랫폼 개발"을 제안했다.
박주연 교수는 “시민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강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특히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에 의한 편향과 차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필요하다”며 “미디어 생태계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언론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푹스 교수는 “자본주의적 디지털 환경을 끝내야 한다(the end of digital capitalism)”며, “영국 BBC처럼 인터넷에도 공공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알고리즘을 통한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한 플랫폼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양질의 정보, 교육,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온라인 공공 서비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자본주의적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용자 간의 창의성과 참여가 가능한 디지털 공공 서비스로 전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영국 학회에서 ‘공공 서비스 미디어, 공공 서비스 인터넷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학자 천여 명이 동의하고 서명했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미디어 학회에서 지난 9월 ‘공공 서비스 미디어, 공공 인터넷 선언문(The Public Service Media and Public Service Internet Manifesto)’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석학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와 노암 촘스키(Noam Chomsky)를 비롯한 학자 약 천 명이 서명했다. 발표 주최자 역시 푹스 교수였다.
AI타임스 김미정 기자 kimj75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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