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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체험기]국내 최초 메타버스 영화 상영회, 직접 가봤습니다..."아직은 한계 명확한 흥미로운 공감과 소통 공간"

AI타임스 2021. 8. 23. 13:06
메타버스 심야 상영회 ‘심야에도 괜찮아!’ 체험기
SKT 이프랜드서 부천국제영화제 화제작 무료 상영
편하고 재밌지만 사업화는 글쎄...돌발상황 이어져

 

(사진=행사 캡처)

코로나19 유행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산업 중 하나는 단연 영화다. 영화관이라는 실내 한 공간에 100명 정도 사람들이 모여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웃고 우는 영화보기. 감염병 시대에는 완전 위험 행위가 됐다.

 

영화계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제는 말할 것도 없다. 방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하며 행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일은 터졌다. 지난 7월 열린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부천국제영화제 공지(사진=부천국제영화제 홈페이지)

평소 1일 1영화를, 영화제 기간에는 1일 3영화를 실천할 정도로 영화광인 기자는 이제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간 때가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관 VIP는 이제 유튜브, 왓챠, 넷플릭스까지 3대 OTT 프리미엄 고객이 됐다.

 

비대면 시대 영화관을 대체할 영화 관람법은 OTT 말고는 없는 것일까? OTT가 결국 영화 산업을 이끌 새로운 주인공일까?

 

언제든 변하는 것이 ‘신기술’이고 세상이다. 요즘 대세는 단연 메타버스다. 메타버스 입학식, 메타버스 오리엔테이션, 메타버스 은행까지. 모든 분야에서 메타버스화를 시도한다. 최근 영화계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최초 메타버스 영화 상영회 열리다

 

2021년 7월 23일 국내 최초 메타버스 상영회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쓴맛을 본 부천국제영화제와 영화 아카이빙 기관인 한국영상자료원, SKT 이프랜드(ifland)가 합심해 만든 이벤트다.

 

메타버스 심야 상영회 ‘심야에도 괜찮아!’는 7월 23일부터 8월 15일까지 매일 밤 10시에 SKT 이프랜드에서 열렸다.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화제가 됐던 영화들을 이프랜드 안에서 무료로 틀었다. 주말에는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 배우가 모여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GV(Guest Visit)도 진행했다.

 

기자가 메타버스 상영회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왓챠나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영화제 영화를 감염병 걱정 없이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감독, 배우와 소통하는 GV를 방구석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심야’상영회라니! 낭만적이다. 막차 끊길 염려 없고 피곤하면 바로 침대에 누워 잠들 수도 있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파티 참석 전 드레스업, 눈동자색부터 키까지 변신

 

상영회에 참여하기 위해 그간 미뤄뒀던 메타버스 플랫폼 가입을 단번에 시작했다. SKT가 노린 부분이 이것일 테다.

 

대망의 아바타 꾸미기. 솔직히 대충하려고 했는데 1시간이나 공을 들여 버렸다. 영화 상영 6시간 전에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시작하길 잘했다.

 

사실 아바타를 빨리 만들려면 미리 완성된 견본을 선택해 1초만에 가능하다. 내 셀카를 인식해 자동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주는 기능도 있다. (셀카보다 2배 정도는 못생기게 만들어주더라.) 하지만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한껏 치장하는 재미를 지나칠 순 없다. 아끼는 옷을 꺼내 입고 풀메를 한 뒤 거리를 활보해줘야 기분이 산다.

 

다시 태어나도 가지기 어려운 초록 눈(기자는 해리포터 팬이다.), 백수일 때만 가능했던 핑크 애쉬 머리, 살쪄서 이제 못 입는 고스펑크섹시룩까지. 축제에 걸맞게 화려하게 치장 후 출전했다.

기자가 완성한 아바타 모습.(사진=이프랜드 캡처)

클릭 한 번에 도착한 영화관, 좌석은 있는데 앉을 수는 없다고?

 

밤 10시가 되어 영화관에 입장했더니 사람들이 죄다 서 있다. 빈 좌석이 많은데 왜 다들 서있나 해서 좌석 가까이 갔더니 앉아지지가 않는다. 일부 좌석은 사용 가능한 지 몇몇 사람들이 앉아 있었는데 빈 곳이 훨씬 많았다. 사실상 그래픽 효과 정도에 가까웠다.

메타버스 상영관 모습. 서서 배회하는 아바타들이 많다.(사진=행사 캡처)

서 있을 장소도 마땅치 않아 비상문 근처 구석에 겨우 자리잡았다. 아바타가 좌석에 앉는다고 해서 실제로 내 몸이 안락함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괜히 불편했다. 아무 곳에나 서 있으면 뒤에 앉은 사람의 시야를 가려 방해할 것만 같았다.

 

스크린이 보이지 않을 걱정은 없다. 화면 오른쪽 위 사각 아이콘을 클릭하면 스마트폰 화면 전체가 스크린으로 바뀐다. 스크린이 잘 보이는 정도를 기준으로 하자면 모든 좌석이, 비상구까지 명당이라 할 수 있다.

노란색 동그라미, 화살표 부분을 클릭하면 언제든 전체화면으로 스크린을 볼 수 있다(사진=행사 캡처)

영화 시작 전 무대 인사 시간이라는 진행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아바타들이 장소 구분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누가 감독이고 진행자인지 알 수 없었다. 무대가 있나 찾아봤는데 없다. 소리만 듣는 무대 인사는 그렇게 빠르게 지나갔다.

 

영화 시작 전 최종 안내로 ‘영화는 모두 15세 이상 이용가이니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자체적으로 방에서 나가달라’고 했다. 순간 ‘이게 과연 지켜질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인트로를 보다가 마침 폰 화면을 그대로 띄울 수 있는 스마트 TV가 집에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TV에 이프랜드 화면을 띄우고 불을 끄고 침대 쿠션에 몸을 기댔다. 영화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전자레인지 팝콘과 편의점 캔맥주도 가져왔다. 대만족이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반려토끼가 슬며시 옆에 자리잡고 눕는다. 반려동물과 영화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반쯤 낼 수 있었다. 기대하지 못한 장점이었다.

기자와 이프랜드로 영화 관람 중인 반려토끼 모습(사진=박성은 기자)

연달아 발생한 기술 문제들...메타버스 상영만의 특색이라기엔

 

기자가 본 영화는 ‘딩크족(김승민 감독)’과 ‘안아줘, 독바로 안아줘(이지안 감독)’. 첫 영화 러닝타임이 35분, 다음 영화의 경우 17분으로 부담되지 않는 중단편 영화 2개가 연달아 상영됐다.

 

영화를 보며 처음 느낀 점은 화질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 큰 TV 화면에서 봐도 모든 장면에서 화질에 부족함이 없었다.

만족스럽게 보는 와중에 처음 등장한 아쉬운 점. 등장 인물들의 입모양과 대사가 조금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크게 불편하진 않았지만 한 번 의식되니 계속 신경이 쓰였다. 혹시 인터넷 문제일까 해서 스마트폰과 앱을 껐다 켜고, 스마트폰 5G 인터넷과 가정용 와이파이 인터넷을 번갈아 사용해봤다. 달라진 건 없었다. 현장 관리자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영화 상영 시에는 마이크를 모두 끄기 때문에 소통할 방법도 없었다.

 

크게 불편한 정도는 아니니 그대로 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영화에 집중했다. (넷플릭스와 달리 개별 재생 방식이 아닌 만큼 지나간 부분은 다시 볼 수 없다..!) 그런데 영상 싱크가 안 맞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막 주위에 ‘~님이 입장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떴다. 방에 입장할 때 알림을 울리는 기능이 영화를 감상할 때도 그대로 유지됐다. 해당 기능을 끌 수 있나 살펴봤지만 앱 내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안아줘, 독바로 안아줘' 상영 도중 등장한 알림 메시지. 무료니까 참았다.(사진=행사 캡처)

2개 영화가 모두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데 갑자기 누군가의 수다 소리가 들린다. 상영 중 영화 관람에 방해되지 않도록 꺼져 있던 마이크가 곧 진행할 GV를 위해 미리 켜진 것 같다.

 

혹시 내 마이크도 켜졌나 급히 확인해봤다. 온라인 강의 중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내가 될 지도 모르는 일. 영화를 보며 반려토끼에게 큰 소리로 애교를 부린 일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등골이 오싹해졌다.

한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온 온라인 강의 에피소드. 남의 일이 아니게 될 지도.(사진=트위터)

 

침대에 누워서 GV 듣고, 스탭들 수다 몰래 엿듣고

 

11시가 넘은 시간에 GV가 시작됐다. 막차 걱정할 필요가 없어 마음이 편했다.

 

감독 아바타를 찾는데 여전히 안 보인다. 알고 보니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없는 것이었다. 하나의 방 안에 표시되는 아바타 수가 30개로 한정되는데 감독이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간을 더 끌 수 없어 감독 한 명은 목소리만 나오는 채로 GV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화면이 아닌 음향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다른 한 감독의 목소리가 노래방에서 마이크가 삑삑거리는 듯한 큰 소음에 묻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아바타 없이는 가능해도 목소리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하다.

 

감독이 두 차례 정도 방에서 나갔다 들어오니 갑자기 문제가 해결됐다. 문제 원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결됐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감독은 “귀신이 있었던 것 같다”며 부천영화제스러운 호러 농담을 건네며 분위기를 풀었다.

 

진행자가 2명 감독에게 질문을 건네는 식으로 먼저 영화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이기에 생략한다.) 이후 관객이 직접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정표현 방법 중 하나인 하트를 누르면 진행자가 발언권을 주고, 질문자가 마이크를 켜서 질문했다. 여러 명이 동시에 말하면 내용이 들리지 않기 때문에 발언권을 주고 대화를 중재하는 사회자가 꼭 필요했다. 오디오 SNS인 클럽하우스와 닮았다.

 

익숙지 않은 오디오 질문은 부담스러워 혹시 채팅창이 있나 찾았는데 없다. 특별히 궁금한 사항이 없어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질문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이크를 꺼놓은 상태로 토끼에게 간식을 주고 친구와 카톡을 하며 GV를 들었다. (이프랜드 앱을 화면에서 내린 상태에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행여 감독에게 실례가 될까봐 애타게 무대 한 곳만 바라봐야 하는 오프라인 GV보다는 확실히 편했다. 진행자와 감독들도 사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얘기했을지도 모른다.

 

밤 12시 쯤 GV가 끝나 열심히 박수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대로 방을 나오면 되는데 아쉬웠다. 관객들 대부분이 나가고 스탭들만이 공간에 남았다. 이제야 누가 감독이고 진행자고 촬영 스탭인지 알 수 있었다.

 

오디오로 스탭들이 모여 회포를 푸는데 한 방에 있는 나도 들을 수 있었다. 괜히 궁금해서 사이에 껴서 일행인 척 가만히 있었다.

 

스탭들 사이에 잠입(?)한 기자. '영화제npc'라는 아이디가 신뢰를 주는 듯하다(사진=행사 캡처)

“미술 감독님 춤을 격렬하게 추시네요.”

 

“기자님은 머리 색이 굉장히 예쁘시네요. 실제와 닮은 것 같아요.”

 

영화 스탭들의 개인적인 대화를 몰래 엿듣는 것은 정말로 메타버스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총평: 메타버스 영화 관람, 사업화하기엔 갈 길이 먼 듯

 

메타버스 영화 상영이 기존 영화관과 OTT를 대체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한다면 현재로서는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겠다.

 

우선 영화 감상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실행하는데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통신 환경에 따라 이미지와 오디오 싱크가 안 맞는 부분을 비롯해 영화 관람에 방해가 되는 기술적인 부분부터 개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료로 이색 체험할 때는 용납이 되는 부분이 비용을 지불하게 되면 다른 온도로 느껴질 것이다.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연령 제한 콘텐츠 관람을 제어하는 방법과 콘텐츠 유출, 저작권 침해를 막을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결국 메타버스 영화 관람만의 특장점을 살리는 것이다. 사실 영화 콘텐츠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 영화도 GV도 기존에 영화관에서 제공하던 것들 그대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진행한다는 점만 새롭다. 사실 메타버스화를 진행 중인 다른 분야들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 은행도, 입학식도 콘텐츠 자체는 기존에 있던 것들이다.

 

메타버스 공간 특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유저 간 소통법을 개선하고 배경 그래픽 요소를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사용자로서의 의견이다.

 

영화제 묘미 중 하나는 ‘나와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하며 공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OTT보다는 메타버스에서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영회에서 한 스탭은 “아는 것 같은 감독이 지나갔는데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지나쳤다”고 말했다. 친구 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지나친 인연은 그대로 끝이 나는 것 같다. 아니면 주위 모든 사람에게 들리도록 (마치 확성기 같은) 마이크에 외쳐야 한다.

 

영화관처럼 꾸며놓은 배경을 사용해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면 보다 ‘메타버스 느낌’이 났을 것 같다. 아마 통신 문제 때문이겠지만 그래픽 자체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웠다. 최신 RPG 게임에 비하면 고전 게임 같았다.

 

20세기 시작된 영화관 문화가 아직 지속되는 이유는 그 만의 매력이 있어서일 테다. 단순히 큰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 외에 영화관은 많은 체험 요소를 지닌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용아맥 명당이나 이동진 평론가 GV를 티켓팅하고, 좋아하는 배우를 N차 관람으로 응원한다. 누구와 영화를 보는지에 따라 결이 달라지기도 한다. 영화관 데이트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코로나19 유행이 잠잠해지면 기자는 다시 영화관에, 영화제에 출석 도장을 찍으러 갈 것이다. 물론 메타버스 상영회도 가리지 않는다. 유료라면 아직은 조금 고민해볼 것 같다.

 

AI타임스 박성은 기자 sage@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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