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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AI] ①AI가 사람을 평가해 채용한다...AI 면접이 가진 명과 암

AI타임스 2021. 12. 14. 11:03

기업과 기관, 공정한 채용 위해 AI 면접 도입
과거 데이터 결합체인 AI가 과연 공정할까?
또다른 시험 생성, 사교육 발생 문제 이어질 가능성 커
면접 결과 설명 못하면 공정한 평가 의미 무색

 

[편집자 주] 2016년 알파고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인공지능(AI)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고, 호기심 가득한 기술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지금 AI는 산업, 금융, 예술, 쇼핑, 채용 등 분야에 상관없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됐습니다. 어느새 '위드 AI(With AI)' 시대가 된 것이지요.

<AI타임스>는 지난 1년간 우리 삶에 녹아든 AI를 취재했습니다. 그리고 연말을 맞아 [위드AI] 특집으로 일상에 녹아든 AI 분야 15개를 선정,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AI와 함께하고 계신가요?

 

​공정한 평가를 위해 AI 면접을 도입하는 기업과 기관이 많아지고 있다. (출처=셔터스톡) 

"인공지능(AI)이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선정해 추천한다." 먼 미래의 일일 것만 생각했던 이야기가 이미 시작됐습니다. AI 면접 이야기지요.

 

AI 면접은 올해 AI 분야에서도 주요 화두였습니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AI 면접을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과연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한 여부가 논란이 됐습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측은 "AI 면접으로 떨어진 지원자가 왜 그런 결과를 얻었는지 누구도 설명해주지 못한다"며 AI 기본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AI 면접 결과 이유를 지원자에게 꼭 설명해줘야 하는지에 대한 반론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채용에서 왜 지원자가 떨어졌는지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곳은 없는데, 왜 AI 면접만 설명해야 하느냐는 의견입니다. 실제로 기업이나 대학교, 대학원에서 지원자가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주는 곳은 현재 없지요.

 

한 AI 관계자는 기자와 미팅 자리에서 "과거 모 기업은 채용 면접에서 관상가를 면접관으로 임명해 지원자들을 평가하기도 했다는데 왜 유독 AI에만 빡빡하게 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AI 면접은 어떤 절차로 이뤄지고, 본격 도입 전 보완돼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이번 [위드AI] 기획에서 짚어봤습니다.

 

"AI 면접, 얕잡아보면 큰일나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AI 면접이 어떤지 알기 위해 지난 5월 서울시 서초구청에서 진행하는 AI 면접 체험 프로그램을 해봤습니다.

 

실제 면접이 아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지만, AI 면접은 지금까지 봤던 면접 중 가장 까다로웠던 면접이었습니다. 높은 체력과 집중력을 요구했고, 당황하지 않는 침착함도 필요했습니다.

 

AI 면접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진행됩니다. '자기소개 → 기본 질문 → 성향 파악 → 상황 대처 → 보상 선호 → 전략 게임 → 심층 대화' 순으로 7개 단계가 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모니터에 질문이 나오면 카메라를 보고 대답하면 됩니다. 또 적성검사와 같은 문제를 풀고, 하라는 게임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면접을 볼 때 따로 면접관이 없다 보니 카메라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고 얘기하게 됩니다. 거울을 보고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은근히 자신의 얼굴을 보고 답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AI 면접은 별도 면접관이 없고 카메라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해야 한다. (사진=김동원 기자)

게임도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처음 해보는 게임이라 적응이 필요한데 시간도 짧았고, 면접이 주는 긴장감도 있었죠. '왜 이런 것까지 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혜진 중앙대 인문콘텐츠연구소 교수는 "게임의 결과보다 AI는 게임을 통과했을 때와 실패했을 때 지원자의 집중력 등을 평가한다"면서 "이러한 능력을 실무에도 연관이 있으므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면접을 2시간 가까이 진행하는 이유는 객관성 있는 평가를 위한 조치"라며 "지원자는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싶어 표정과 말투를 연기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채용 담당자는 지원자의 진정한 모습을 알고 싶어 하고 있으므로 장시간 반복적인 문항을 묻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총 7단계로 이뤄져 있는 AI 면접은 시험 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사진=김동원 기자)

 

AI는 '이것'을 보고 면접자를 평가한다


그러면 AI는 어떤 기준으로 면접자를 평가할까요? 공공기관 채용심사관을 역임한 웅진씽크빅 인재개발팀 소속 신지혜 강사는 11월 인크루트가 주최한 취업특강에서 "AI는 사람의 안구 움직임, 얼굴 움직임 등 표정 변화를 감지해 감정 표현을 보고, 음색, 음높이, 목소리 크기 변화, 속도, 발음 등 음성을 분석한다"면서 "STT(Speech-To-Text) 기술로 단어의 의미와 동일한 어휘 사용 횟수를 파악하고 맥박, 혈류량 등은 안면 분석 기술을 통해 측정한다"고 말했습니다.

 

면접자가 하는 말의 의미보다 표정, 목소리, 키워드, 문장을 바탕으로 평가한다는 뜻입니다.

 

그는 "조직에 빠르게 적응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면접자가 답했을 때 AI는 '키워드'와 '문장'을 바탕으로 평가한다"면서 "AI에는 단 하나의 키워드만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유사한 키워드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돼 있기 때문에 같은 키워드만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관련 키워드에 대한 의미를 잘 분석하고 이해해서 단어를 다양하게 활용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AI 면접, 공정한 채용 가능할까


AI 면접을 보는 사회적인 시각은 제각각입니다.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보는 시선도 있고,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AI 면접을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객관성입니다. 지금까지 면접은 사람 대 사람이었습니다. 면접관이 가진 주관적인 지식과 감정이 채용에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면접관이 남자를 선호하고, 학력을 높이 보며, 깔끔한 인상을 좋아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무리 능력이 있는 지원자더라도 면접관이 좋아하는 성향이 아니면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겁니다. 그래서 중요한 면접일수록 면접관이 많은 경우가 많죠. 다대일 면접처럼요.

 

AI는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한 기계입니다. 많은 사람의 데이터가 담겨있죠. 100명, 1000명의 면접관의 지식과 성향이 담겨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객관성있는 평가가 가능해집니다.

 

문혜진 교수는 "채용시장은 지금까지 어떻게 하면 더 공정하게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지를 고민해왔다"며 "AI 면접도 그 시도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AI는 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람보다 덜 편향적인 시선에서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다면서 "전공, 성별, 운 등에 좌우되지 않고 진짜 지원자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대상이 새로 생겼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반대의 시선도 있습니다. 현재까지 AI는 과거 데이터를 학습하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런데 면접에 사용하는 데이터가 과연 공정하고 정의롭고 객관적인 데이터일까요? 공정하지 않은 데이터들이 사용됐다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과거 채용시장에는 여자보다 남자를 선호하거나 학연·지연을 중시하는 상당한 차별이 있었다"면서 "그 데이터를 AI 면접에 접목했을 때 과연 채용이 공정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교육 발생 문제에 슬기롭게 대처해야


AI 면접이 등장함에 따라 발생할 사회적 문제도 있습니다. 새로운 사교육 탄생입니다.

 

과거 대학 입시에 수시 채용이 생기면서 면접 학원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인·적성평가가 치러지면서 대학별 적성평가 책이 출판돼 판매됐습니다.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선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공부를 해야하는 과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만큼 학원비와 교재비 등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늘어났습니다.

 

AI 면접 방식이 일원화되면서 사교육 발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출처=셔터스톡)

AI 면접도 마찬가지입니다. AI 면접을 체험했을 때 한 번 하는 것보다는 여러 번 해보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는 방식과 카메라를 대하는 방식이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문혜진 교수는 "인·적성 검사가 학원이 있고 스터디도 있듯이 AI 면접도 사교육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이미 돈을 내면 AI 면접을 체험해볼 수 있는 사이트도 생겼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렇다면 사교육 방지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AI 면접 공급사가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급사가 많아지면 AI 면접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므로 채용자가 사전 학습을 할 수 없어 사전 교육 자체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입니다. 

 

문 교수는 "지금은 한두 개의 소수 회사가 AI 면접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평가하는 시스템이 하나의 커리큘럼처럼 되어 버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지원자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프로그램을 철저히 분석할 것이고, 이를 돕는 학원과 책이 많아질 것"이라며 "지원자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질문이 다양화되거나 프로그램이 다양해져서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하고 순수 실력으로만 공정하게 면접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결과 설명 못 하는 AI 면접, 도입 괜찮나

 

AI 면접 결과를 채용자에게 이해시키는 것. 즉 AI 면접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해질까요?

 

이 문제는 '설명가능한 AI 문제'와 연결됩니다. AI가 어떤 결론을 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나 유튜브는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추천해줍니다. 그런데 왜 이 영상을 추천해줬는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 AI 면접을 보면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요? 직접 면접을 체험해 채점표를 받아본 결과 답답하긴 했습니다. 채점표만 2장으로 인쇄돼 나왔을 뿐 어떤 기준으로 면접을 평가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왜 날 이렇게 평가했지?'라는 의문도 생겼지요.

 

AI 면접 채점표는 단 2장으로 인쇄돼 제공됐고, 결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다. (사진=김동원 기자)

AI 면접과 유사하게 평가를 하는 시험 중 하나는 토익스피킹입니다. 컴퓨터를 보고 문제가 나오면 영어로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채점은 AI가 하지 않고, 사람이 하는데 결과지에는 꽤 상세한 정보가 나옵니다. 하지만 AI 면접에서는 정보가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문혜진 교수는 "채용은 중요한 영역인 만큼 결과에 대해 지원자를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 알고리즘 전체를 공개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기업이 가진 기준인 어떤 것이고, 이와 관련한 데이터를 트레이닝해 면접자를 평가했다 정도는 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설명가능한 AI는 현재 AI가 직면한 과제입니다. AI가 내린 결론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결국 AI 수용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행정안전부 비상계획전문경력관으로 근무하는 최원상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국가 기관에서 위기관리에 AI 기술을 활용하려면 '설명할 수 있는 AI'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AI가 내린 결정에 대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AI가 도출한 결과가 의사결정권자가 믿을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100% 신뢰하기 어렵다"며 "블랙박스 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정책적으로 AI 수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채용에서도 AI 결과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당장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교수는 "AI 면접이 발전하려면 계속 데이터를 모으고 기업도 경험치를 쌓아야 하므로 기업의 AI 면접 도입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설명 가능한 문제나 편향성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AI 면접 결과를 가지고 당락을 결정해버리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고 지적했습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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