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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민선 8기 직전에 짚어보는 'AI 광주' 비하인드 스토리 ② “AI 기업 찾아 2년 동안 지구 5바퀴 돌았다”

AI타임스 2022. 4. 5. 17:48

황무지 광주에서 AI 꽃을 피워낸 인공지능산업국
24시간 불 켜져 있는 전국 유일의 '인공지능산업국'
사업 초기에는 기업 유치 성공률 20%에도 못 미쳐
기업들 "광주에서 무슨 AI?" 문전박대·외면 일쑤
직원들 푸대접 받을 때면 '대포 한잔'으로 설움 씻어
일 많고 업무 난이도 높아 기피부서 1순위였지만
승진 우대와 기회에 '일 잘하는' 우수한 인력 남아
AI 기업·정부관료 만나러 '지구 다섯 바퀴' 강행군
가족들 원망 뒤로 하고 마침내 AI 기업 '145개사 유치'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해 7월 20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아주산업,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광주형 인공지능(AI) 비즈니스 100번째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유재형 아주산업 지주부문 대표이사, 최진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박명애 AI유치기업협의회장 등 내빈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광주광역시청사 인공지능산업국 사무실은 불빛으로 환하다. ‘인공지능(AI) 중심도시’ 비전이 선포된 뒤 인공지능산업국 직원들은 2년 넘게 전국 곳곳을 다니며 AI 기업들의 문을 쉴 새 없이 두드렸다. 그 결과 지난달까지 광주시가 인공지능 비즈니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곳만 무려 145곳. 이제는 AI 기업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 하면 ‘광주’를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광주를 명실상부 대한민국 AI 대표도시로 각인시키기까지는 시 공무원들의 피‧땀‧눈물이 있었다. 때로는 휴일마저 반납하고 밤낮없이 달려온 인공지능산업국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이뤄낸 쾌거다.

 

광주에만 있는 ‘그것’…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인공지능산업국’


2020년 1월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뿐인 인공지능산업국이 탄생했다. 광주시는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사업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면서 인공지능 중심도시를 본격 조성해나갈 전담조직으로 ‘인공지능산업국’과 ‘인공지능정책과’를 신설했다. 지방자체단체의 국(局)과 과(課) 명칭에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은 광주시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유일하다. 초대 국장과 초대 과장으로 손경종 국장과 안신걸 과장이 각각 임명됐다. 지금까지의 AI 성과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략산업국에서 인공지능산업국으로 명칭이 바뀌게 되면서 인공지능산업국 직원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졌다. 워낙 일이 많다고 소문이 나다 보니 시 공무원들이 기피하는 부서 1순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높은 근무평정과 승진 우대 등 이용섭 시장의 독려 덕분에 우수한 인력들이 인공지능산업국으로 모였고 한마음으로 뭉쳐 ‘AI 중심도시 만들기’에 사활을 걸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유일 ‘인공지능산업국’이란 타이틀은 AI 기업·기관들을 설득하는 데 힘을 실어줬고 자연스럽게 논의를 꺼낼 수 있는 실마리가 됐다.

 

인공지능(AI) 사내대학 특강에 참여한 이용섭 광주광역시장과 시 공무원들.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이용섭 광주광역시장이 지난 2019년 11월 8일 광주시청 소회의실에서 고석태 (주)마인즈앤컴퍼니 대표가 ‘AI 혁신 및 광주형 AI 비즈니스 모델 시사점’을 주제로 펼친 특강을 듣고 있다. (사진=광주광역시 제공).

물론 이용섭 시장의 열의도 한몫했다. 이 시장은 ‘AI 슈퍼파워’와 ‘인공지능 비즈니스 트렌드’ 등 인공지능 관련 서적들을 탐독하면서 직원들에게 ‘인공지능 공부모임’을 제안해 운영하기도 했다. 직급·직렬에 상관없이 AI에 관심 있는 70여 명의 공직자가 사내대학에 참여하는 등 이 시장과 AI 대표도시를 만들자는 뜻을 함께하며 의지를 보여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용섭 시장은 자신의 회고록에서 "전문가 초청 강의와 공직자 주제발표 등 횟수를 거듭해 갈수록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 공직자들의 노력과 관심이 인공지능 대표도시 조성의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020년부터 광주시는 인공지능에 그야말로 '올인'이었다. 이 시장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부처별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표 정책들을 내도록 했다. 각 구청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정책이나 행정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지원했다. 광주에서 AI를 언급했을 때 “AI? 조류독감인가?”라는 우스갯소리도 이제 옛말이다. 처음에는 이 같은 '웃픈' 에피소드를 들으며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섰다고 한다. 하지만 광주시 공직자들의 열정과 노력이 우려를 기우로 바꿔놨다.

 

 

‘간·쓸개 다 빼놓고 다닌다’…145개 기업 유치의 숨은 공신들


AI 기업들을 광주로 유치하기 위한 여정은 팍팍하기 그지 없었다. 인공지능산업국 안에는 다른 국과 달리 직제에 없는 ‘투자유치팀’이 있다. 초창기부터 인공지능산업국 직원들은 AI 기업들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광주에 필요한 AI 기업이라 생각되면 어디라도 출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2년 넘게 서울·경기·대전 등 22만㎞는 족히 돌아다녔다. 지구 둘레가 약 4만km인 점을 감안할 때 지구 5바퀴 이상은 돈 셈이다. 수없이 많은 AI 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도 부지기수. ‘산업적 인프라도 없고 지리적으로도 멀고 인력도 구하기 힘든 도시에 왜 가냐’는 냉담한 반응에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하나의 기업을 설득하는 데에만 평균 두세 차례를 오갔다.

 

처음엔 기업 유치 성공 확률이 20%도 채 되지 않았다. 10곳을 방문하면 2곳만 겨우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온 꼴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품을 팔아가며 이들을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투자유치팀장은 초창기 서울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고 하니 가족들의 볼멘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손경종 국장은 “항상 함께 가는 직원들에게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간‧쓸개 다 빼놓고 가라’고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그렇게 인내심을 갖고 끊임없이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진정성은 통하게 된다”고 말하는 손 국장의 목소리와 미소에서는 여유와 강단이 느껴졌다.

 

손경종 광주광역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이 최근 AI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인공지능산업국에서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사업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윤영주 기자).
손경종 인공지능산업국장은 이용섭 광주시장이 선물한 책을 보여주면서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이용섭 시장이 직접 적은 글귀가 눈에 띈다. '사랑하는 손경종 국장께'라는 글귀에서 손경종 국장과 인공지능산업국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사진=윤영주 기자).

 

또 인공지능산업국 직원들은 주말에도 국비 문제 등으로 정부 관료들을 찾아가는 일이 많았다. 광주와 타지역을 넘나들며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출장을 가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기초 체력은 필수다. 이들의 숨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보니 마음 상하는 일도 적잖았을 터였다.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서로 술 한잔을 기울이며 훌훌 털고 다음을 도모할 만큼 이들은 베테랑들이었다. 이처럼 잦은 출장에 직원들은 물론 그 가족들의 원성도 자자할 법도 한데 결국은 사명감으로 버텨내는 이들의 노고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끊임없이 기업들의 문을 두드린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굵직한 대기업들부터 유망한 AI 기업들까지 광주시와 손잡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한 것. AI 사업을 시작한 지 이제 거의 3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기업들의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광주시의 의지를 보고 먼저 의뢰해오는 기업들도 많이 생겼다. 현재 150개 가까운 AI 기업·기관들이 광주시와 인연을 맺게 된 과정에는 누구보다 ‘인공지능산업국 식구’들의 희생과 노력의 힘이 컸다. 한마음 한뜻으로 일사불란하게 손발을 맞춰 부지런히 움직여온 덕이었다.

 

 

손경종 광주시 인공지능산업국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메타버스 공간에 직원들을 초청해 비대면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를 열었다. 이날 메타버스 송년회에 참여한 88명의 인공지능산업국 직원은 그동안의 성과를 공유하면서 서로를 독려했다. (사진=유형동 기자).
메타버스에서 열린 광주광역시 인공지능산업국의 2021년 송년회. 그동안 '인공지능 중심도시' 조성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인공지능산업국 직원들은 지난 한 해 성과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했다. (사진=유형동 기자).

AI타임스 유형동·윤영주 기자 yhd@aitimes.com / yyj051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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